한-미 방위조약 따라 미군 개입 가능성
중국도 물류 차질 경계 긴장고조에 촉각
중국도 물류 차질 경계 긴장고조에 촉각
지난 10일 서해 대청도 근처 해상에서 남북 해군의 무력 충돌이 크게 번지지는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의 충돌이 남북 간 국지전·전면전 우려 외에도 언제든 국제분쟁으로까지 비화할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경고했다.
우선, 예기치 않게 교전의 규모가 커지면 미군이 개입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1953년 10월1일 체결된 ‘한-미 상호방위조약’ 제3조는 “타 당사국에 대한 태평양지역에 있어서의 무력공격을 자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인정하고 공통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각자의 헌법상의 수속에 따라 행동할 것을 선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자동 개입’이라는 말은 없지만 ‘헌법상의 수속에 따라 행동한다’는 구절이 미군의 개입을 뜻한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로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과 2002년 발생한 1·2차 서해 무력충돌 때 정부는 사건의 성격을 ‘교전’이 아니라 ‘우발적 무력충돌’이라고 규정했다. 2002년 2차 서해 충돌 때, 외교안보관계 장관회의에 참석했던 전직 고위 당국자는 12일 “‘(북한의) 의도적 도발’이라거나 ‘교전’이라고 했을 경우 미군이 개입해 국제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 전직 고위 당국자는 “미국도 개입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발적 충돌’이라는 우리의 판단에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명박 정부 들어 현장 지휘관들의 재량권을 강화한 조처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알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비판했다. 현장 심리는 ‘승리’를 위해 되도록이면 적극적으로 대응하려고 하는데, 현장 재량권을 확대한 것은 확전을 막을 수 있는 빗장을 풀어준 것이라는 지적이다. 최악의 경우, 우발적 무력 충돌→교전 확대→미군의 개입이라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남북 간 서해상 무력 충돌은 중국의 이해관계와도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서해상 무력 충돌이 커지면, 중국의 상하이항과 톈진항 등으로 오가는 물류가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유럽·미국으로부터의 원자재 수입과 완제품 수출 등을 상당 부분 해운 물류에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에 서해상 무력 충돌 때도 중국 정부가 촉각을 곤두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전문가인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는 “북-중 우호조약의 자동 군사개입 조항은 거의 사문화돼 있다”며 “그러나 서해상 긴장이 고조되는 것에 대해선 중국이 부정적인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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