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현정은 회장에 “남쪽 당국에 전해달라”
정부 “당국간에 오간 이야기 아니다” 묵살
정부 “당국간에 오간 이야기 아니다” 묵살
북한이 최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통해 남쪽 정부에 금강산·개성 관광 재개를 위한 당국간 회담 개최를 제의한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공식적인 회담 제의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여, 실제 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한 대북 소식통은 “현 회장이 금강산 관광 11돌 기념행사 참석차 18일 금강산에 갔을 때 북쪽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나와 ‘금강산·개성 관광 재개를 위한 당국간 회담을 할 용의가 있다’며 이를 남쪽 당국에 전해달라고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리 부위원장은 자신의 발언을 공식 회담 제의로 받아들여도 좋다며 회담에서 금강산·개성 관광객의 신변 안전 보장을 위한 제도적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뜻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현대 쪽으로부터 아직 상세한 방북 결과를 보고받지 못했다”며 “지금까지 우리 당국이 북쪽으로부터 공식적인 회담 제의를 받은 것은 없다”고 밝혔다. 천 대변인은 리 부위원장의 제의를 공식 제의로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해 “(현대의) 보고를 받아보고 결정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부 핵심 당국자는 “리 부위원장의 제의는 당국 간에 오간 얘기도 아니고, 크게 안 다뤄도 될 것”이라며, 당국 차원의 제의만을 공식 제의로 인정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앞서 정부는 지난 9월 초 현대아산과 개성관광 재개를 협의하겠다는 북쪽의 요청을 전달받고도 당국 간 협의가 먼저 열려야 한다며 이를 묵살한 바 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 뒤 당국 협의를 통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및 관광객 신변 보장 등을 관광 재개의 ‘3대 조건’으로 제시해 왔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북쪽이 신변 안전 문제까지 다 당국과 협의하겠다는데도 정부가 이를 계속 거부하는 것은 결국 금강산 관광 대가가 핵개발 자금으로 전용됐다는 막연한 이데올로기적 의혹에 매여 있기 때문”이라며 “이런 자세로는 남북관계의 개선을 이끌 기회를 계속 놓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손원제 황준범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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