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25일 북한을 방문한 중국 량광례 국방부장 일행과 면담을 마치고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미 대화 앞두고 군사안전 보장 논의 관측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방북 중인 량광례 중국 국방부장을 25일 면담했다고 북한의 <조선중앙통신>과 중국의 <신화통신> 등이 26일 보도했다. 김정일 위원장은 량 부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양국의 우의는 양국의 지도자들이 세대를 이어 발전시켜 온 보배로, 역사의 시험을 이겨냈으며 결코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통신들은 전했다. 주목되는 대목은 북한의 대미 핵협상을 총괄하고 있는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 이번 면담에 배석했다는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다. 그동안 강석주 부상은 다이빙궈 국무위원 등 중국의 대외관계를 맡고 있는 인물들과 김 위원장의 면담에만 모습을 드러내 왔다. 그런데 량 부장은 중국의 국방장관에 해당한다.
강 부상의 배석 이유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다음달 8일부터 10일까지로 예정된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을 앞두고 김 위원장과 량 부장 사이에 북-미 대화나 6자회담 재개 문제와 관련한 얘기가 오갔을 것이라는 추정을 해볼 수 있다.
일부에선 북-미 대화를 앞둔 상황에서 북한의 군사적 안전보장과 관련한 북-중간 의견 교환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북한이 그동안 ‘평화적 관계’ 수립을 강조하며 미국에 안전보장을 요구해왔고, 중국도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선 안전보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미국 쪽에 강하게 전달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량 부장은 중국 국가 군사위원회 부주석을 겸직하고 있는 비중있는 인물이라, 책임있는 발언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와 관련해, 량 부장의 방북 시점이 지난 17일 미-중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라는 사실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미-중은 정상회담 뒤 공동성명에서 “6자회담 재개와 ‘9·19공동성명’ 이행의 중요성을 재확인했으며, 9·19공동성명에는 한반도 비핵화와 관계정상화, 동북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 수립이 포함돼 있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상응 대가로 외교적 보상과 군사적 안전을 제공하는 것에 미-중이 큰 틀에서 합의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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