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북 특별대표단 기밀 샐까 연락끊고 협상만 전담
오늘 귀환할지 더 머물지 궁금증…연장땐 좋은 징조
오늘 귀환할지 더 머물지 궁금증…연장땐 좋은 징조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 일행의 방북 둘쨋날인 9일, 북-미가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9·19공동성명 이행 의지 재확인 등을 둘러싸고 본격적인 대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즈워스 특별대표가 이날 누구와 어떤 내용을 이야기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필립 크라울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8일(현지시각)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방북 기간에 있을 중요한 회담은 9일 진행된다”며 “(방북을 위한) 예비 실무접촉에서 북한의 고위급 당국자와 대화가 있을 것이라는 (북한의) 약속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런 언급으로 미뤄 볼 때,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8일엔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1차 회담을, 9일엔 북한의 대미관계를 총괄하는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과 본회담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크라울리 차관보는 이번 북-미 대화에서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고 2005년 9·19공동성명의 이행 의지를 재확인한다면 광범위한 이슈들을 논의할 수 있는 확고한 양자대화 채널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얘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라울리 차관보는 북한이 제기하는 북-미 평화협정 문제에 대해선 “미국이 그 문제의 유일한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다자회담 틀 안에서 협의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이는 9·19공동성명에 언급된 대로, 남북한과 미국 및 중국 등이 참여하는 별도의 포럼에서 평화협정 등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미국 국무부 고위당국자는 8일(현지시각) 기자들과 만나, 보즈워스 특별대표 일행의 평양 체류를 “대표단이 ‘달의 뒷면’으로 들어갔다”고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보즈워스 특별대표 일행이 평양에 있는 동안 누구와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보즈워스 특별대표 일행이 방북과 동시에 ‘달의 뒷면’으로 들어가게 되는 이유는, 일차적으로 북한 및 제3국의 감청을 우려한 탓이 커 보인다. 북한에는 통신 보안 시설을 갖춘 미국 대사관이 없어, 민감한 회동 내용과 평가가 담긴 외교 전문을 외부 유출 우려 없이 워싱턴으로 보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보즈워스 특별대표 일행이 워싱턴과 급히 연락해야 할 상황이 발생하면, 평양에 있는 영국·스웨덴 등 우방국 대사관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100% 보안’을 장담하기 어렵다. 2차 북핵위기를 불러 온 제임스 켈리 당시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2002년 10월 북한 방문 때도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시인 여부가 논란이 되자, 미국 대표단 일행은 평양 주재 영국 대사관을 이용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콜린 파월 당시 미 국무장관한테만 직보하려던 전문 내용이 영국 및 미국 국무부·국방부 ‘말단 직원’들에까지 알려졌다.
8일부터 10일까지로 예정돼 있는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평양 체류 일정이 연장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크라울리 차관보도 “평양에서 무슨 일이 전개되느냐에 따라 일정은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용인 기자,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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