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특사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했던 스티븐 보즈워스(앞줄 왼쪽)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10일 오후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에게 방북 결과를 설명하려고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앞줄 오른쪽은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 가운데는 성김 국무부 6자회담 특사.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보즈워스가 밝힌 ‘북-미 회담’ 성과
9·19성명에 담긴 평화체제·경제지원 등 다각 논의
북-미 요구사항 ‘우선순위’ 달라…대화순항 불투명
9·19성명에 담긴 평화체제·경제지원 등 다각 논의
북-미 요구사항 ‘우선순위’ 달라…대화순항 불투명
‘달의 뒷면’으로 들어갔던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10일 돌아왔다. 이번 1차 북-미 고위급 대화에서 북한의 즉각적인 6자회담 복귀 선언이나 비핵화 조처와 같은 가시적인 결론은 도출되지 않았다. 그러나 거의 1년여 동안 궤도에서 이탈했던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를 되살릴 수 있는 긍정적인 동력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2005년 9월 공동성명에 있는 모든 요소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9·19 공동성명 이행을 계속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북한이 동의했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런 두 발언을 모아보면 2005년 9·19 공동성명의 기본구도에 대해 양쪽이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9·19 공동성명에는 북한의 비핵화를 대가로 북한에 △평화체제 협상 △6자회담 당사국들 간의 관계정상화 △경제적인 지원 등을 제공하기로 규정돼 있다. 북-미가 9·19 공동성명 안에 있는 요소들을 ‘주고받는다’는 기본적인 접근법이 들어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향후 협상의 큰 밑그림은 대체로 그려졌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보즈워스 특별대표가 비핵화에 상응하는 대가와 관련해 “6자회담 재개와 비핵화 논의의 추진력이 생기면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논의할 준비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대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북한은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최우선적인 의제로 밀어올리려 애써왔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도 지난 10월 초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북-미 회담을 통해 양쪽의 적대관계가 평화적 관계로 전환돼야 하며, 북-미 회담 결과를 보고 6자회담을 비롯한 다자회담을 진행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평화체제 관련 발언은 미 행정부가 북쪽의 요구를 무시하지 않고 협상을 통해 진지하게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번 북-미 대화는 올해 들어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와 제2차 핵실험, 이에 대한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 등으로 훼손된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를 제 궤도에 진입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그러나 비핵화 프로세스가 앞으로 순항할지는 전망하기 어렵다.
먼저 북-미의 요구사항들을 어떻게 조합하느냐는 ‘순서의 문제’가 있다. 북한은 북-미 대화를 통해 평화체제 논의에 대한 보장을 받은 뒤 6자회담에 복귀하기를 바라고 있다. 반면에 미국은 ‘6자회담 재개와 비핵화 논의의 추진력이 생기면’이라는 단서를 달아 평화체제 논의를 일단 뒤로 미룬 듯한 느낌을 준다.
검증 문제와 같은 기술적인 문제들도 복병으로 떠오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북-미 사이에 신뢰를 높일 정치적 의지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불신의 벽을 넘으려면 좀더 고위급의 방문 등을 통한 신뢰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으로 대화 틀을 어떤 식으로 운용할 것인지도 아직 분명하지 않다. ‘추가 북-미 대화에 대한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노’(No)라고 대답했다. 추가 논의 가능성을 봉쇄하겠다는 뜻이라기보다는, 이번 방북 협의 결과를 토대로 남한·중국·일본·러시아 등 6자회담 당사국들과 협의하고, 워싱턴에서 추후 방침을 가다듬겠다는 ‘숨고르기’로 읽힌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 차례 정도 더 대화가 있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이번 북-미 대화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가 분명한 의제가 됐다는 점은 남한 정부의 선택을 강요하는 측면이 있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은 “이명박 정부의 북핵 및 대북 정책에서 핵심 취약점은 평화체제에 대한 비전이 없다는 것”이라며 “한국이 지금처럼 평화체제 문제에 무관심하다면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6자회담에서도 큰 걸림돌이 될 수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앞으로 대화 틀을 어떤 식으로 운용할 것인지도 아직 분명하지 않다. ‘추가 북-미 대화에 대한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노’(No)라고 대답했다. 추가 논의 가능성을 봉쇄하겠다는 뜻이라기보다는, 이번 방북 협의 결과를 토대로 남한·중국·일본·러시아 등 6자회담 당사국들과 협의하고, 워싱턴에서 추후 방침을 가다듬겠다는 ‘숨고르기’로 읽힌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 차례 정도 더 대화가 있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이번 북-미 대화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가 분명한 의제가 됐다는 점은 남한 정부의 선택을 강요하는 측면이 있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은 “이명박 정부의 북핵 및 대북 정책에서 핵심 취약점은 평화체제에 대한 비전이 없다는 것”이라며 “한국이 지금처럼 평화체제 문제에 무관심하다면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6자회담에서도 큰 걸림돌이 될 수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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