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사태계획 사죄않는한 모든 대화서 제외”
정부 “위협적 언동 심히 유감”
6자회담·남북 실무접촉 등 악영향 우려
정부 “위협적 언동 심히 유감”
6자회담·남북 실무접촉 등 악영향 우려
북한 국방위원회는 15일 남쪽 정부의 ‘북한 급변사태 계획’ 수립을 문제 삼아 “남조선 당국이 진심으로 사죄하지 않는 한 북남관계를 개선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앞으로의 모든 대화와 협상에서 철저히 제외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이날 오후 발표한 ‘대변인 성명’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는 위임에 따라 다음과 같이 내외에 천명한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국방위원회가 1998년 북쪽의 사실상 최고 권력기관이 된 이래 국방위 대변인 명의의 성명이 대외적으로 발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북쪽의 이번 성명은 발표 주체의 격과 내용이 전례 없이 강해 앞으로 남북관계 및 한반도 정세에 상당한 파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북쪽 성명대로라면, 지난해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로 북쪽의 특사조문단이 파견된 이후 풀리는 듯하던 남북 당국 관계가 다시 얼어붙으며 6자회담의 조기 재개도 어려워질 수 있다. 북쪽이 성명에서 언급한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대화·협상’이란 6자회담을 뜻하는 것으로, 여기서 남한을 배제한다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북한의 이날 성명은 사실상 북쪽이 당분간 6자회담에 복귀할 뜻이 없다는 의지 표명으로 풀이된다. 특히 북쪽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의 14일 금강산·개성 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접촉 제안과, 15일 북쪽 적십자회가 남쪽의 지난해 10월26일 ‘옥수수 1만t 지원’ 방침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것 등도 전면 백지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북쪽 국방위는 이 성명에서 “(남쪽 정부가 수립했다는) ‘비상통치계획-부흥’은 우리의 사회주의제도 전복을 기도한 남조선당국의 단독 반공화국체제전복계획”이라며 “청와대를 포함해 이 계획 작성을 주도하고 뒷받침한 남조선 당국자들의 본거지를 날려보내기 위한 거족적 보복 성전이 개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쪽은 통일부·국가정보원의 “즉시 해체”도 주장해, 최근 복원된 것으로 알려진 남북 당국간 ‘비공개 협의 채널’도 끊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각에선 북쪽의 이번 성명이 남쪽 정부의 적극적 관계 개선 의지를 이끌어내려는 ‘위협성 압박 전략’이라는 분석도 제기됐으나 정부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정부는 ‘통일부 대변인 논평’을 내어 “확인되지 않은 일부 언론 보도를 근거로 우리 측에 위협적 언동을 하는 데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된 이른바 급변사태계획이란 사실이 아니다”라며 “북쪽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지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이번 성명은 지난해 8월 이후 남북관계에 대한 북쪽의 총괄 평가로 봐야 한다”며 “김 전 대통령 서거에 따른 북쪽의 특사조문단 방남을 계기로 형성된 유화국면이 일단락되고, (남북관계가 경색되는)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한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최근 며칠 사이 북쪽의 엇갈린 메시지와 관련해 북쪽 통일전선부와 군부 사이의 노선 갈등 가능성을 제기했다. 정 전 장관은 “남북관계를 풀어 북-미 대화 등 전반적 대외환경을 개선하려는 통전부의 유화노선을 국방위의 강경노선이 누르는 형세”라며 “남북관계는 물론 북-미 대화, 6자회담 등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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