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이 27일 오후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북한의 북방한계선(NLL) 근처 해안포 사격과 관련해 남북 장성급군사회담 북쪽 단장에게 ‘불필요한 긴장을 조성하는 위협적 행위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의 전통문을 보낸 사실을 밝히고 있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정정길 실장 주재 안보회의
“도발 즉각 중단” 북에 전통문
“도발 즉각 중단” 북에 전통문
북한군이 27일 오전과 오후, 서해 북방한계선(NLL) 북쪽 해역에 해안포를 여러 차례 발사한 것과 관련해 정부가 밝힌 대응 기조는 “차분하고 엄정하게”(박선규 청와대 대변인)다.
정부는 사태 발생 직후인 이날 오전 정정길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로 긴급 안보대책회의를 한 시간 남짓 열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 김태영 국방부 장관, 청와대 외교안보라인 비서관 등이 참석했다. 인도를 국빈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사태 발생 직후 관련 보고를 받고 이 회의 개최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날 오후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수석대표 명의로 “모든 도발행위의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전화통지문을 북쪽에 보냈다.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은 이 사실을 브리핑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일체 받지 않았다. 민감한 사안이 발생했을 때 논란 증폭을 피하려는 정부 내부 방침이 섰을 경우 통상적으로 보이는 모습이다. 정부는 애초 공개적으로 대북 성명을 발표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대북 전통문 통보·발표로 갈음했다. ‘낮은 수준의 차분한’(low key) 대응 기조인 셈이다.
정부의 이런 대응엔 여러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6자회담 맥락의 평화체제 협상을 앞두고 북방한계선 문제를 쟁점화해 남북관계의 불안정성을 집중 부각하려는 북쪽의 ‘의도’에 말리지 않겠다는 판단이다. 이밖에도 미국 국무부의 ‘남북 양쪽의 자제 촉구’ 메시지, ‘연례적인 포사격 훈련’이라는 북쪽 인민군 총참모부의 주장 등을 두루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당국자는 2월1일 개성 경협사무소에서 열기로 남북이 합의한 ‘개성공단 실무회담’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검토와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후 “현재로서는 개성공단 실무회담을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며 “옥수수 1만t 등의 대북지원 절차를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방침도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금강산·개성 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은 정부가 ‘2월8일 개성에서 열자’고 북쪽에 수정 제안해 놓고 북쪽의 답신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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