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중재 촉각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6일 전격 방북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핵 6자회담의 의장국인 중국이 회담 재개를 위해 본격적인 중재활동을 시작하는 신호여서, 오랫동안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6자회담이 재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5일 “왕자루이 부장이 6일 북한을 방문한다”며 “왕자루이는 북한과 6자회담 재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 경제지원 문제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왕 부장은 9일쯤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의 또다른 소식통도 “왕자루이 부장이 매년 초 관례적으로 북한을 방문해 왔으며, 6자회담과 북한 화폐개혁 이후의 상황 등 현재 정세를 고려하면 올해는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왕 부장이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고, 김 위원장이 6자회담 복귀를 천명할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된다. 왕 부장은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질 때마다 중국 ‘특사’로 북한을 방문해 회담 재개의 물꼬를 터왔다.
외교 분야의 전직 고위 당국자는 “지난해 중국의 다이빙궈 국무위원과 원자바오 총리가 이미 북한을 다녀온 상황인데 이번에도 북한이 회담에 나오지 않으면 중국의 위상이 말이 아니게 된다”며 중국이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이끌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움직이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이 화폐개혁 이후 생필품 부족과 인플레이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왕 부장이 중국의 추가 경제원조를 지렛대 삼아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설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또한 원자바오 총리가 지난해 10월 방북 때 김정일 위원장을 초청한 만큼, 관련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과 북한은 ‘평화협정 논의 시점과 제재 해제’라는 6자회담 재개 조건을 둘러싸고 팽팽히 맞서 있다. 북한은 평화협정과 비핵화(6자회담) 논의를 동시에 시작해야 하며, 아울러 6자회담 재개 전에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일단 북한이 6자회담에 조건 없이 복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이용인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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