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선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오른쪽)이 8일 함흥에서 면담한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왼쪽)의 선물을 살펴보고 있다. 함흥/조선중앙통신 조선통신 AP 연합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10일 베이징 조어대(댜오위타이)에서 이날 한반도 사무 특별대표로 임명된 우다웨이 전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6자회담 재개 문제를 놓고 이틀째 협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방북(6~9일)에 이어, 북한 쪽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 부상 일행이 9일 중국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의문이 풀리지 않은 채 남아 있다. ■ 미국국장 중국동행|북-미 접촉설…미쪽선 부인 첫째, 김계관 부상 일행의 방중은 우다웨이 전 부부장의 초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리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은 물론 6자회담 영어통역을 전담하는 최선희씨까지 방중해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과 북핵 문제에 대해 조율을 한 뒤 곧바로 미국 쪽과 접촉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추론이 나오는 까닭이다. 리근 미국국장은 지난해 10월말 미국을 방문해 뉴욕과 샌디에이고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 행사 기간에 성 김 미국 쪽 6자회담 특사와 만나 협의했고, 최선희씨도 동행했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는 10일 “김계관 부상 일행이 미국으로 건너가 북-미 접촉을 한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며 “중국에 미국 쪽 6자회담 대표들이 들어와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필립 크라울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도 9일(현지시각) 기자들과의 콘퍼런스콜에서 ‘(김계관 부상 일행이) 미국을 방문하거나 미 당국자를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 김계관 방중시기| 예정된 것-전격결정 엇갈려 둘째, 김계관 부상 일행의 방중 시기를 놓고도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지난 1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4차 한-중-일 고위급회의에서 후정웨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가 이용준 외교통상부 차관보에게 김 부상의 9일 방중 사실을 귀띔해 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전격적인 방중’이 아니란 얘기다. 그러나 다른 외교소식통은 “중국이 김 부상의 방중 사실을 알려준 것은 맞지만 9일 방중 날짜는 미리 통보되지 않고 갑자기 결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왕 부장의 면담 과정에서 전격적으로 결정이 이뤄졌다는 쪽에 무게를 실은 셈이다. ■ 면담때 김양건 배석|북, 중에 경제지원 요청한듯 셋째, 김정일 위원장과 왕자루이 부장의 면담 때 왕 부장의 대화 상대인 김영일 노동당 국제부장 이외에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배석한 점도 주목을 받고 있다. 김양건 부장이 오랫동안 당 국제부 부부장을 지낸 ‘중국통’이기는 하지만, 북한의 대외 투자유치 창구로 떠오른 조선대풍투자그룹(조선대풍)의 이사장도 겸직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북한과 중국 사정에 밝은 대북소식통은 “조선대풍 설립엔 중국의 한 대기업이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국에 경제지원을 요청하려고 배석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용인 기자,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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