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실종 승조원을 구조하려는 해병대원들이 29일 낮 수색을 마친 뒤 인천 옹진군 백령도 장촌포구로 돌아오고 있다. 백령도/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천안함 침몰] 안보회의 발언 논란
군, 안보사항·사고 발생때
누락·왜곡 보고한 전례
여권내서도 “신뢰 의문”
정부 “군에만 의존안해” “안타깝게 많은 실종자가 나오기는 했지만 해군의 초동 대응은 잘됐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해상 초계함 ‘천안함’ 침몰 사고와 관련해 지난 28일 주재한 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이 발언 뒤 29일 대다수 언론에는 “군의 초기 대응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인터넷에서도 “초동 대응이 뭐가 잘됐다는 거냐”는 반응이 다수를 이뤘다. 실제로 해군은 지난 26일 밤 사고 뒤 고속정 4척을 긴급 출동시켰지만 정작 인명 구조는 사고 발생 뒤 70분이 지나 해경 고무보트와 인천시 소속 어업지도선이 한 것으로 밝혀졌다. 함미 부분에 있던 병사들의 대량 실종을 두고도 지휘부가 비상 이함(배에서 탈출) 수칙을 제대로 지켰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2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도 야당 의원들은 김태영 국방부 장관에게 “해군의 초동 대응이 잘됐다는 데 동의하느냐”(서종표 민주당 의원), “언론에서는 그렇게 다루지 않고 있고, 국민도 동의하고 있지 않다”(김정 미래희망연대 의원)고 추궁했다. 김 장관은 “구조하기 위한 작전, 협력은 큰 문제 없이 잘 진행됐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청와대 핵심 참모도 “이 대통령의 발언은 배 위나 바다에 떠 있던 사람들은 100% 신속하게 구조했다는 객관적인 사실을 평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명 피해 최소화에 무게를 둔 발언이라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실종자 수색 작업에 총력을 쏟고 있는 해군의 사기를 북돋기 위해 일부러 “초동 대응은 잘됐다”고 말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도 국가위기상황센터에서 천안함 위치를 보고받고 “모든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최대한 신속하게 수색작업에 나서달라. 생존자가 있다는 희망을 버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이 군의 보고를 과신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냈다. 장성 출신의 한 인사는 “과거에 중요 안보사항이나 군 관련 사고의 보고가 대통령에게 누락되거나 왜곡됐다가 제3의 기관 조사를 통해 밝혀진 전례들이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시절 외교통상부는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작전계획 5029를 2006년 청와대에 뒤늦게 보고했고, 해군은 2004년 북한 경비정의 북방한계선 월선 때 북 경비정과의 교신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 여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그래서 천안함 침몰 사고와 관련해서도 “군의 보고내용을 100% 신뢰해도 될지 의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에 대해 정부 핵심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합동참모본부나 해군 말고도, 군과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기무사령부나 정보기관 등의 보고까지 종합적으로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어느 한쪽에만 의존할 것이라는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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