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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천안함 칼로 자른듯 두 동강 “금속 피로 따른 파괴 가능성”

등록 2010-03-31 19:18

[천안함 침몰]
천안함의 두 동강난 절단면이 고른 평면에 가깝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31일 ‘피로 파괴’(Fatigue Fracture) 현상이 사고원인일 수 있다는 관측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피로 파괴란 금속공학에서 쓰는 전문용어다. 금속을 계속 구부렸다가 펴면 절단되는 것처럼 미세한 균열로 인해 피로가 쌓여있던 부분이 반복적인 하중을 견디지 못해 갑자기 완전파괴되는 현상을 말한다. 선박이나 교량처럼 계속 하중을 견뎌내야 하는 기계·구조물은 피로 파괴를 고려해 설계된다.

1943년 미국 포틀랜드항에 정박해있던 1만6000t급 유조선이 갑자기 두 동강난 것이 전형적인 피로 파괴 사례다. 1998년엔 네덜란드에서 캐나다로 향하던 1만6000t급 화물선이 항해 도중 갑자기 선체 중앙 부분이 절단되는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에도 뚜렷한 원인 규명은 되지 않은 채, 용접면이 갑자기 파괴됐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 배들은 정중앙 부분이 마치 칼로 자른 듯 갈라졌다.

배의 가장 취약한 부분은 정중앙부다. 배가 항해할 때 선수·선미 부분이 중앙 부분을 지지하는 보(beam)로 활처럼 구부러지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조선업계에서 ‘호깅’(hogging) 또는 ‘새깅’(sagging)이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다리 위 교량이 눈으론 평평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힘의 분포에 따라 수직방향으로 굽힘 현상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한 대형조선업체 군함 설계전문가는 “피로 파괴 가능성은 낮다고 보지만 아예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호깅 현상으로 배 중앙부에 피로가 누적돼있는 상태에서 높은 파도 같은 외부충격이 정중앙부를 치게 되면 취약점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여기에 수리과정에서 용접 불량으로 선박 블록 사이가 벌어져 있었다면 더 충격이 컸을 수 있다. 하지만 노인식 충남대 교수(선박해양공학)는 “학계에 피로 파괴로 인한 선박 사고는 거의 보고된 바 없어 확률은 낮다”고 말했다.

만약 피로 파괴가 사고원인이라면 해군의 군함 수리정비 체계에 ‘치명적 구멍’이 났다는 증거가 된다. 세계 1위의 조선강국이라는 명성에도 금이 가게 된다. 하지만 국방부는 “사고 원인은 선체인양 뒤 정밀조사를 통해 명백히 밝혀질 것”이라면서도 “천안함은 89년 취역한 함정으로 해군함정의 평균수명이 30년에서 40년에 이르며, 그 간 충실한 정비를 해왔기 때문에 정상적인 작전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황예랑 김민경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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