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상황 아니었다는데 왜 후타실에 5명이나 있었나?
후타실에 5명 왜?
방향조종 장치 있는 곳
“평상시 들어갈 일 없어”
방향조종 장치 있는 곳
“평상시 들어갈 일 없어”
천안함 침몰 사고의 원인이 오리무중인 가운데, 국방부가 발표한 침몰 시각인 밤 9시22분 이전에 이미 배 안에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사고 당시 배의 방향을 조절하는 ‘후타실’에 승조원 5명이 있었다는 해군의 발표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8일 해군2함대사령부는 실종자 가족들의 요청에 따라 침몰 당시 승조원들의 위치를 표시한 천안함 구조도를 공개했다. 이는 승조원들의 평소 근무 위치와 생존자들의 진술 등을 종합해 군이 추정한 것이다. 이 구조도를 보면, 후타실에는 손수민 하사 등 5명의 병사가 있었던 것으로 돼 있다.
문제는 이 후타실이 평상시에는 승조원들이 거의 들어갈 일이 없는 곳이라는 점이다. 후타실은 배의 엔진과 스크루가 연결돼 방향을 잡는 조타장치가 있는 곳이다. 일반적으로 함선의 방향은 함교(갑판 맨 앞 한가운데 높게 만든 지휘공간)에서 키를 이용해 자동으로 조종한다. 그런데 이것이 고장 나 자동으로 방향을 조종할 수 없을 때는 후타실에서 수동으로 작동시킨다.
해군 출신 예비역 김아무개(29)씨는 “방향 조종은 함교에서 자동으로 하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후타실에 들어갈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조타장치에 문제가 생겨 천안함이 조류에 휩싸였거나, 침수 등의 비상 상황이 발생해 후타실에서 긴급한 대처를 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배의 방향을 조종하려고 후타실에 들어갈 경우 최소한 중사 이상이 지휘 책임을 맡고, 3명 정도의 인원이면 충분하다는 게 전역 장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초계함 승선 경험이 있는 해군 부사관 출신 강아무개(37)씨는 “일반적으로 후타실과 기관부 침실 사이의 거리는 무척 가깝다”며 “외부 충격으로 배꼬리 쪽에 물이 새, 기관부 침실에 있던 하사와 일반 병사들이 물을 막으려고 후타실로 들어갔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논란이 일자 2일 “해군2함대가 만든 위치도는 국방부 공식 발표가 아니며 정확하지도 않다”며 “확실한 것은 합동조사단이 검증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평택/이경미, 권혁철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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