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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북, 천안함 공격설 거세지자 “도발이다” 반발

등록 2010-04-23 19:15수정 2010-04-23 19:24

북한이 23일 발표한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장기간의 관광 중단으로 당한 피해에 대한 보상으로 몰수하겠다고 밝힌 남쪽 정부와 한국관광공사의 자산 5개 시설 중 하나인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이 23일 발표한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장기간의 관광 중단으로 당한 피해에 대한 보상으로 몰수하겠다고 밝힌 남쪽 정부와 한국관광공사의 자산 5개 시설 중 하나인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태양절 축포까지 비판 “묵과못해”
위기 높여 천안함 여론전환 성격도
북한이 23일 남쪽과의 금강산관광사업에 사실상 ‘사망선고’를 내렸다. 북쪽이 남쪽 정부와 관광공사 소유 5개 부동산을 몰수하고, 현대아산 등 민간업체의 부동산 동결과 관리인원 추방 조처를 한 것은, 남쪽과 더는 금강산관광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통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건 현대아산 등 남쪽 민간업체의 부동산을 몰수하는 조처 정도뿐이다. 1998년 11월18일 첫 관광선을 띄운 이래 남북 화해협력의 대표적 상징이던 금강산관광사업이 천 길 낭떠러지 끝에 매달린 형국이다.

북쪽은 왜 이 시점에 이런 초강수를 꺼내든 것일까? 북쪽은 이날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대변인 담화에서 “리명박 력도는 태양절기념행사까지 시비하는 무엄한 도발도 서슴지 않았다”며 “저들의 함선(천안함) 침몰사건을 우리와 억지로 련결시키려” 한다고 주장했다. 천안함 침몰 이후 ‘대북 군사공격’ 주장까지 제기되는 남쪽 여론을 문제삼은 셈이다. 또 지난 20일 이명박 대통령이 북쪽의 ‘고 김일성 주석 탄생 98돌 기념 축포야회’을 두고 “북쪽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비판한 것 등을 ‘체제부정적 도발’로 받아들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 통일부 장관은 “북쪽의 행보가 예상보다 빠르다”며 “남북관계에 대한 북쪽의 입장 정리가 끝났다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3 확대가능
북쪽의 의도를 두곤 ‘의제전환 시도’라는 분석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외교안보분야 고위당국자는 “북쪽은 위기를 고조시켜 의제를 전환한 선례가 많다”며 “금강산관광과 관련한 이번 조처로 천안함에 쏠려 있는 남쪽 여론의 방향을 바꿔 남북관계에 대한 집중력을 높이려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북쪽의 이날 조처가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끼칠 영향에 대해선 대다수 전문가들이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장용석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금강산은 시작일 뿐 개성공단을 포함해 남북관계 전반에 걸쳐 북쪽의 대남 압박의 파고가 거세질 것”이라며 “남북 당국 간 신뢰관계가 근본적으로 허물어져 대화로 문제를 풀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08년 11월 마지막 회담 이후 장기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6자회담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6자회담 재개가 더 어렵게 됐는데, 재개되더라도 남북관계의 사실상 단절로 한국의 역할이 없어질 것”이라며 “이게 더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북쪽도 이번 조처로 국가적 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외자유치 및 북-미관계 개선 노력에 악영향이 불가피해, 명분과 실리 모든 측면에서 얻을 게 없다는 점도 유의할 대목이다. 상황이 심각할수록 남쪽 정부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오는 까닭이다. 김연철 교수는 “남북관계의 장기 경색은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서울에서 열어야 하는 정부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좀더 유연하고 문제해결적인 태도를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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