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둥역 주변 철동경계…오후 베이징 도착 가능성
후진타오 만나 북핵등 협의…천안함 거론될지 촉각
후진타오 만나 북핵등 협의…천안함 거론될지 촉각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전격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1월 이후 4년4개월 만의 방중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별열차로 보이는 북한 열차가 3일 아침 6시10분을 조금 넘긴 시간에 북중 국경 도시인 중국 랴오닝성 단둥역에 도착했다고 복수의 외교 소식통들이 전했다. 이 열차가 도착하기 직전 단둥역 주변에선 철통 경계가 이뤄졌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베이징에 도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며, 약 2박~3일 정도의 일정 동안 후진타오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와 만나 북핵 문제와 중국의 대북 경제지원 등에 대해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천안함 사건도 어떤 식으로든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2일부터 북중 국경지역인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서는 김 위원장의 방중이 임박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됐다. 중국 랴오닝 성장을 비롯한 성 지도부가 이날 오후 단둥 역사에 진입했다. 단둥의 소식통들은 “천정가오 랴오닝 성장과 부성장급을 포함한 성 지도부 5~6명이 탄 것으로 보이는 차량들이 이날 오후 단둥 시내에 들어왔다”고 전했다. 랴오닝성 지도부는 지금까지 김 위원장이 단둥을 통해 중국 방문을 시작할 때마다 직접 그를 영접했다. 이와 함께 중국 공안당국이 이날 오후 5시부터 단둥역 광장에 경찰 차량 5대와 경찰관 20여명을 배치해 차량 출입을 막는 등 1급 경비체제를 가동했다는 전언도 잇따랐다. 특히 중국 당국이 김 위원장 방중을 취재하기 위해 단둥 시내 주요 호텔들에 투숙하고 있던 취재진을 이날 내보내면서, 방중 신호가 감지됐다.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남북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진 이번 방중에서 김 위원장이 중국과 어떤 이야기를 주고 받고 합의를 이룰지에 따라 한반도 정세의 향방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6자회담 복귀 의사를 밝히고, 중국이 이를 기초로 6자회담 재개의 시동을 걸지가 초점이다. 그 대가로 중국은 대북 경제지원을 제공하고, 동북 3성을 중심으로 대북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천안함 사건과 6자회담 재개를 연계화하고 있는 한국과 미국이 6자회담 즉각 재개를 수용할 수 있느냐다. 하지만 이미 미-중 간에는 6자회담의 조기 재개에 대한 큰 틀의 컨센서스가 형성돼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 다이빙궈 중국 국무위원이 지난 29일 전화통화를 하면서 6자회담 재개문제를 심도깊에 협의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30일 상하이 엑스포 개막을 계기로 방중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했으며, 이 자리에서 국제무대에서 중국과 북한의 협력을 강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정권을 잡은 뒤 2000년 5월, 2001년 1월, 2004년 4월, 2006년 1월 등 모두 4차례 중국을 방문했으며, 이번이 다섯번째 방문이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이용인 황준범 기자 minggu@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