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쌓이는 앙금 왜
한미동맹 강조·대북 적대정책 불만
한미동맹 강조·대북 적대정책 불만
한국 정부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하는 등 한-중 정부가 갈등을 빚고 있지만, 이번 사태는 그동안 쌓여 있던 양쪽의 앙금이 터져나온 것일 뿐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한-중 사이에 냉기류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이태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명박 대통령의 방중 기간이던 2008년 5월27일 친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미 군사동맹은 지나간 역사의 유물”이라며 “낡은 사고로 세계 또는 각 지역이 당면한 문제를 다루고 처리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당시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의 ‘중국 포위’ 전략에 민감해 있던 중국 정부가 갓 출범한 이명박 정부의 한-미 동맹 강화 기조에 불만을 표시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냉랭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이 대통령과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서 양쪽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선언했지만, 이후 실상은 달랐다. 한-중 관계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5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자고 했지만 해석은 각자 알아서 하는 식으로 절충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또 그 뒤 형식에 걸맞은 내용을 채우지도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워싱턴 포스트>와 한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촉구하며 “중국은 군사·경제 면에서 상당히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한-미 에프티에이는 중국 변수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중국 쪽은 불쾌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미국에 한국과 손잡고 중국을 견제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중 갈등의 이면에 △대북 접근 방법의 차이 △한국의 급격한 미국 쏠림 정책 등이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를 중시하는 중국은 ‘남북관계의 긴장’을 원하지 않지만, 이명박 정부는 ‘북한 굴복시키기’에 무게를 두며 남북 긴장이 높아졌다.
이런 사정 탓에 한국 정부의 무리수로 불거진 이번 사태가 앞으로 한-중 관계를 더 악화시키고, 한국의 외교적 입지를 좁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긍정적 결실을 낼 수 있는지를 염두에 두고 해야 하는데 이런 방식으로 중국을 대하는 게 걱정스럽다”며 “중국이 당장 티 나게 대응하지는 않겠지만 한-중 관계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용인 기자,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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