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중 경로
시민 지켜보는 가운데 중심가 통과
후진타오 등 중 지도부와 만찬도
후진타오 등 중 지도부와 만찬도
5일 오후 검은색 고급 승용차와 구급차 등 37대의 차량 행렬이 베이징 중심가의 장안가(창안제)를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에 시민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방중 사흘째를 맞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중국 수도 베이징에 도착한 것이다. 김 위원장의 차량 행렬은 오후 3시40분(한국시각 4시40분)께 숙소인 조어대(댜오위타이) 국빈관으로 들어섰다.
그동안 5차례의 중국 방문 중 김 위원장이 승용차를 이용해 베이징에 들어선 것은 처음이며, 많은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적으로 베이징 중심가를 통과한 것도 비밀스럽기로 유명한 김 위원장의 행적을 고려할 때 파격이다.
이날 오전 톈진을 방문한 김 위원장은 빈하이 신구를 둘러본 뒤 오후 2시10분께 오찬장인 톈진 영빈관을 출발해 베이징으로 향했다. 김 위원장의 차량 행렬이 이동하는 동안 톈진-베이징 고속도로는 전면 통제됐으며, 베이징의 중심도로도 30분가량 통제됐다. 하지만 많은 시민들은 시내 중심가 빌딩이나 갓길에서 김 위원장의 차량 행렬이 지나가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김 위원장과 별도로 움직인 특별열차는 선발대를 태운 채 이날 오전 베이징 남역에 먼저 도착해 대기했다.
김 위원장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북-중 정상회담은 5일 오후 늦게야 이뤄졌다. 조어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김 위원장은 5시10분께 숙소를 나와 후 주석 등 중국 지도부가 기다리고 있는 인민대회당에 도착했다. 인민대회당 쪽은 김 위원장을 맞이하기 위해 빨간 카펫을 깔아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은 후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과 중국의 대북 경제지원 등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보이며, 이어진 만찬에서는 후 주석을 비롯한 중국 최고지도부와 함께 양국의 전통적 우호관계를 강조하며 대화를 이어갔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이날 만찬에 대규모 공연을 준비하는 등 김 위원장을 극진히 대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만찬 전 인민대회당 안으로 10여대의 버스에 타고 온 대규모 공연단이 들어갔다”고 전했다. 이날 정상회담과 만찬은 4시간30분 넘게 계속됐다. 톈진을 거쳐 베이징으로 이동하며 숨가쁜 하루를 보낸 김 위원장은 밤 10시20분이 넘어서야 숙소인 조어대 18호각으로 돌아왔다.
김 위원장은 6일 중국 지도자들과의 개별 회담에 이어 저녁에는 후 주석 등과 함께 북한 피바다 가극단의 가무극 <홍루몽>을 관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청나라의 고전소설을 각색한 <홍루몽>은 1960년대 초 김일성 주석의 지시로 창작됐으며 2008년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지시해 다시 제작된, 북-중 친선의 상징적 작품이다. 지난해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도 김 위원장과 함께 관람했다. 애초 4월 초 예정이던 <홍루몽>의 베이징 공연은 6~9일 공연으로 일정이 바뀌었으며, 6~7일의 공연 표는 일반에 판매되지 않고 있다고 매표업체 관계자들은 말한다. <중국중앙방송>(CCTV)을 비롯한 중국 관영매체들은 5일 이 작품 공연 소식을 집중 보도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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