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정상회담
북, ‘6자 예비회담’ 참가 뜻 밝혔을 가능성
경제협력도 의제…남북관계도 논의했을듯
북, ‘6자 예비회담’ 참가 뜻 밝혔을 가능성
경제협력도 의제…남북관계도 논의했을듯
5일 저녁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만난 것으로 보이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내용은 이날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북-중 관계에 밝은 현지 외교소식통들의 전언과 최근 한반도 정세의 흐름을 종합하면 어느 정도 추론이 가능하다.
북-중 관계에 밝은 외교소식통은 이날 “이번 양국 정상회담의 의제는 북핵 6자회담과 경제협력”이라고 말했다. 실제 북한과 중국은 올해 초부터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 일정과 의제를 지속적으로 조율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6자회담 재개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는 중국의 가장 주요한 관심사이기 때문에 우선순위가 높은 의제로 다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의 중재로 북-미 추가 접촉이 가시권에 들어온 상황에서 천안함 침몰 사고라는 초대형 돌출변수가 불거져, 중국으로선 김 위원장의 방중을 계기로 6자회담 프로세스를 되살릴 수 있는 새로운 동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베이징의 외교소식통은 “중국이 6자회담 재개를 원하고 있고 3월 말 천안함 침몰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북-미 추가접촉 → 6자 예비회담 → 6자회담’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진전되는 분위기였다”며 “이번 북-중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6자 예비회담에 참가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중국이 6자회담 재개에 시동을 거는 내용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북한이 ‘6자 예비회담’의 참여 조건으로 ‘북-미 접촉’을 내건 만큼, 미국과 중국 사이에 이 부분에 대해 사전 양해가 이뤄졌으리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
북-중 경제협력도 회담의 중요 의제로 다뤄졌을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으로선 지난해 말 단행한 화폐개혁 이후 경제상황을 안정시켜야 하고, 2012년까지 강성대국 건설을 목표로 ‘인민 생활 개선’을 강조하고 있어 외부 투자라는 ‘수혈’이 절실하다. 러시아가 최근 아시아 쪽에 부쩍 관심을 보이며 나진·선봉 등으로 나오려 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도 러시아의 극동 진출 견제를 위해 북한과 경제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이번 방중 기간 다롄과 톈진에 들러 주요 항만시설을 시찰한 사실에 비춰 볼 때 나진·선봉 개발과 관련한 중국의 투자 유치가 주요 현안으로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나진·선봉 지역은 중국의 동북3성 개발계획과 북한의 경제개발 필요성이 만나는 꼭짓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북-중 정상이 ‘항미원조전쟁(한국전쟁) 60주년’을 맞아 전통적 ‘혈맹관계’ 강화를 다짐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2007년 말 후진타오 2기 체제가 출범한 이후 김 위원장의 방중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중국의 새 국무위원들과 상견례를 통한 ‘정치협력’도 필요한 시점이다.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에 동행한 점에 비춰 볼 때 최근 다시 난기류에 빠진 남북관계에 대해 논의했을 가능성도 있다.
천안함 침몰 사고와 관련해서는, 다웨이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 연구원이 5일 관영 영자지 <차이나 데일리>에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 기간에 한국 언론들이 천안함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지만, 천안함 문제는 핵심 의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정상 차원은 아니더라도, 북-중 간 별도의 고위 실무 협의를 통해 천안함 문제를 다뤘을 가능성은 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이용인 기자 minggu@hani.co.kr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이용인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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