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팽팽한 긴장국면을 맞고 있는 남북관계, 한반도 정세에서 가장 이익을 보고 있는 나라는 어디일까? 난 단연, 중국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은 한마디로, 남북 갈등 속에서 남쪽 편을 드는 척하면서 북쪽을 견제하고, 북쪽을 돕는 척하면서 남쪽의 애간장을 태우게 하며 양쪽에서 이익을 취하는, 바둑으로 말하자면 어느 쪽을 선택해도 이익이 되는 `꽃놀이 패'를 즐기고 있다.
먼저 남북 정상의 중국 방문 일정부터 보자.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하고 후진타오 주석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천암함 사건에 대한 중국의 협조를 구했다. 후 주석은 천안함 희생자에 대한 조의를 표한 뒤 "한국 정부가 사고 원인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과학적이고 개관적인 조사, 즉 명확한 물증이 없으면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의 방중 사흘 뒤인 5월3일, 이번엔 북쪽의 수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다. 북쪽의 속성이 워낙 비밀주의가 강하기 때문에 김 위원장과 후 주석과 만남에서 천안함 사건이 논의됐는지 아닌지는 당분간 확인하기 어렵겠지만 사안의 성격상, 정세상 어떤 형식으로든 이와 관련한 얘기가 오갔을 것이다. 이를 남북이 아닌 제3자적인 관점에서 보면, 남북이 중국에 치열한 구애 경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다른 나라에서 보기엔 베이징에 앉아 있는 `형님'에게 남북의 정상이 앞서라 뒤서라 하며 버선발로 달려가 `우리편을 들어갈라'고 애걸복걸하는 모습으로 보일 것이 뻔하다. 상상만 해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물론, 정상외교는 의전이나 일정을 감안해 1년 전이나 적어도 몇 달 전에 시기가 정해져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남북이 갑자기 천안함 사건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얻기 위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달려갔다고 볼 수는 없다. 우연히 남북 정상이 중국을 방문하는 일정이 그렇게 잡혔다는 게 보다 이성적인 판단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우연적 요소를 돌발적으로 터진 천안함 사건이 마치 의도적인 것처럼 비치게 만들고 있다. 이렇게 보이게 만든 데는 서로 화해 협력하지 않고 으르렁거리고 있는 남북의 책임이 크다. 남북이 화해협력해고 서로 사이 좋게 지냈다면, 천안함 긴장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고 남북 모두 중국에게 그렇게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만들어 놓은 남북 화해, 협력을 틀을 허물고, 대북강경노선을 취했다. 그것이 구체적으로 나타난 것이 북한이 핵을 먼저 포기하기 전에는 경제적 지원도 협력도 하지 않는다는 `비핵개방 3000' 정책이다. 이에 대해 북한도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며 대결노선으로 나왔다. 금강산관광, 개성공단의 중단 및 축소, 갈등, 서해와 휴전선의 군사긴장 고조, 국제무대에서의 갈등이 그 결과물이다. 북한이 범인으로 드러나건 아니건 천안함 긴장도 그 산물임이 틀림없다.
문제는 이명박 정권의 대북강경책이 북한을 압박해 길들이고, 개방 개혁으로 이끌어낸다는 목표를 달성했느냐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타난 것은 오히려 갈등과 긴장만 고조시키고 있다.의도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마이너스 성과를 올리고 있다. 첫째 이명박 정권이 주도하는 대북경제봉쇄정책은 북한의 대중 경제의존도를 크게 늘렸다. 남쪽, 미국, 일본 3면에서 막힌 북한이 살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중국 쪽으로 가는 수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북한의 자원 개발권이나 경제이권이 속속 중국 쪽으로 대거 넘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중화인민공화국 북조선성'이 되었다거나 `중국의 동북4성'이 되고 있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북한을 봉쇄해 길을 들이려면 중국을 끌어들이는 게 필수인데 그것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봉쇄정책을 편 데서 나온 것이 북한을 더욱 친중국화, 중국 의존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생존을 도모하는 북한 정권과, 경제번영을 위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이다.
북한이 천안함 사건을 도발했다면 결코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설사 북한의 도발이 사실로 확인되었다고 해도 이명박 정권의 책임이 모면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책없는 강경책, 말만 앞서고 행동과 대비가 없는 `공갈포 정책'은 더욱 규탄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이명박 정권의 강경 대북정책은 한반도 전역에서 남북긴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럴수록 이명박 정권은 이런 점을 감안해 대북강경정책과 함께 더욱 철두철미한 대북 안보태세를 갖추어놨어야 했다. 아직 진실이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의한 천안함 침몰에 큰 비중을 두고 접근을 하고 있다. 스스로 실질적인 대북억지력도 확보하지 못한 채 대책없는 강경정책을 펴왔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이명박 정권은 여전히 대북강경정책-천안함 사건 이후 감정적인 적대감까지 겹쳐 강경 분위기가 더욱 커지고 있다-을 주도하고 있지만, 미국 중국은 이에 동조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 함께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조사를 주장하며 천안함 긴장국면을 6자회담 재개 쪽으로 돌리려 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에 맞서는 정치, 경제, 국제 실력 배양을 위해 한반도의 안정이 절대 필요하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대규모 병력을 파병하고 있는 미국도 한반도에서 제3의 분쟁이 일어나 이에 말려드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작은 나라들이 큰 나라들의 움직임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 국제정치의 냉엄한 현실이란 점을 감안하면, 한반도 정세는 당분간의 긴장을 거져 다시 대화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아무리 강대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라고 해도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전적으로 외면할 수 없다. 한반도에서 당사자들은 남북이다. 약자인 당사자들이 강대국에 완전한 주도권을 내주지 않는 것은 둘이 힘을 합치는 것이다. 남북에서는 남북이 함께 힘을 합쳐 상황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다. 남북이 서로 으르렁거리고 싸울수록 강대국의 입김은 세질 수밖에 없고, 지금의 정세에서 가장 큰 입김을 행사하는 나라는 남북 모두 국교를 가지고 있고, 근접 지역에 위치하고, 국력이 일로팽창하고 있는 중국이다. 결국 남북이 서로 적대하고 싸우다가 중국이 큰 이익을 취하는 것에 그칠 뿐 아니라, 서로 자기 편을 들어달라고 가진 것 안 가진 것 모두 챙겨 중국에 가져다 바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천안함 사건을 보면서 애초 의도한 북한 길들이기도 달성하지 못하고 중국의 이익만 키워주는 강경대북정책을 대전환해야 할 때임을 다시 절감한다. 물론, 또 한 축인 북한도 주체를 말로만 내세우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야 할 것이다. 남북이 싸우면 이익을 보는 쪽은 남도 북도 아니다. 양쪽에서 이익을 취하려는 강대국, 즉 중국이다. 이것이 회피할 수 없는 지금의 한반도의 현실이며 역사이다. 남북 당국자의 대오각성을 촉구한다.
천안함 사건을 보면서 애초 의도한 북한 길들이기도 달성하지 못하고 중국의 이익만 키워주는 강경대북정책을 대전환해야 할 때임을 다시 절감한다. 물론, 또 한 축인 북한도 주체를 말로만 내세우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야 할 것이다. 남북이 싸우면 이익을 보는 쪽은 남도 북도 아니다. 양쪽에서 이익을 취하려는 강대국, 즉 중국이다. 이것이 회피할 수 없는 지금의 한반도의 현실이며 역사이다. 남북 당국자의 대오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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