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군사분계선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검토
국방부는 10일 천안함 침몰 사고 대책의 일환으로 지난 2004년 6월 이후 중단한 군사분계선(MDL) 부근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 등 심리전을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쪽이 대북 방송을 실제 재개할 경우 남북관계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천안함 원인을 밝히는 민·군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가 (북한의 소행으로) 나오면 다양한 대응 방안을 강구하는 차원에서 대북 심리전(재개 여부)과 관련해 실무진이 검토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를 봐야 하며, 아직 결정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지난주 대북 방송을 재개할 경우 준비 기간과 예산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과 북은 2004년 6월4일 제2차 장성급회담을 열어,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선전활동을 중지하고 선전수단을 제거하기로 합의했다. 남북은 실제 6·15공동선언 발표 4돌인 그해 6월15일을 기해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확성기 방송 등 선전활동을 중지했고, 그해 8월15일까지 3단계에 걸쳐 확성기 등 모든 선전수단을 철거했다.
남북은 또 당시 합의서에서 “쌍방은 앞으로 어떤 경우에도 선전수단들을 다시 설치하지 않으며 선전활동도 재개하지 않는다”고 명시한 바 있다. 만약 남쪽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일방적으로 재개하면 이 합의 내용을 남쪽이 먼저 파기하는 셈이 된다.
이런 지적에 대해 원태재 대변인은 “천안함 사건이 북한과 직접 관련이 있다는 전제에서 (대북 심리전 등) 대응방안을 검토하는 것”이라며 “만약 북한이 관련됐다면 정전협정 자체를 북한이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먼저 기존 합의를 뒤집은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는 대북 강경 대응을 주장하는 국내 보수 여론을 의식해 힘들게 쌓아온 남북 군사적 신뢰구축의 발판을 무너뜨리는 즉흥적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남쪽이 대북 비방 방송을 재개하면, 북쪽도 맞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군사적 신뢰구축의 초보 조처가 ‘서로 욕하지 않기’인데, 군사분계선에서 상호 비방 방송이 불붙게 되면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구축은 물건너가게 된다”고 말했다. 더욱이 남쪽 민간단체의 대북 비난 전단 보내기를 중지하지 않을 경우 남북관계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북쪽이 거듭 경고해온 점을 고려할 때, 남쪽 군 당국의 대북 방송까지 재개되면 남북의 갈등과 대립이 돌이키기 어려운 지경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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