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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북 잠수정 공해로 침투…천안함 3㎞ 거리서 어뢰 발사”

등록 2010-05-20 20:39수정 2010-06-18 14:18

북 잠수정 천안함 공격 재구성 (※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해기지 떠난지 2~3일뒤 백령도 도착
천안함 좌현3m지점 어뢰 폭발 두동강
버블제트로 물기둥 100m 높이 치솟아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 합조단 발표 ‘천안함 피격’ 재구성

민·군 합동조사단(합조단)이 20일 발표한 조사결과와 조사위원 일문일답을 토대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북한 잠수정의 침투 경로, 침몰 상황, 도주 경로를 짚어봤다.

■ 어떻게 침투했나 서해안에는 남포, 비파곶, 해주 등 북 해군 잠수함정 기지들이 있다. 합조단은 북한산 ‘시에이치티 02디’(CHT-02D) 어뢰를 실은 연어급 잠수정이 공격 2~3일 전인 3월22~23일께 기지를 떠났을 것으로 추측했다. 지난 4월1일 발표 땐 없던 내용이다. 합조단은 “서해의 북한 해군기지에서 일부 소형 잠수함정과 이를 지원하는 모선이 천안함 공격 2~3일 전에 서해 해군기지를 이탈했다 공격 2~3일 뒤 기지로 복귀한 것이 확인됐다”고 이날 밝혔다. 합조단은 “북이 사전에 도발 지역을 정찰했다는 정보는 없다”며 “그러나 유사한 북한 해저에서 사전 훈련을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해는 좁다. 육지에서 20해리(37㎞)까지가 영해다. 해양자원을 이용할 권리를 설정한 배타적 경제수역(EEZ)은 200해리(370㎞)다. 한국과 중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이 겹칠 정도로 서해는 좁다. 그러나 배타적 경제수역이라도 불법 조업을 하지 않는 한 해경·해군이 함부로 단속할 수 없다. 북 선박도 ‘무해통항’할 수 있다는 것이 국토해양부 설명이다. 130t급의 연어급 잠수정은 뭍에서 수십~수백㎞ 떨어진 공해를 멀리 돈 것으로 합조단은 추정했다. 잠수정은 3월26일 밤 백령도 근처에 도착했을 것으로 합조단은 추측했다. 연어급 잠수정 제원은 유고급과 유사하다. 85t의 유고급은 20m이고 10명 이하가 타는데, 연어급은 130t으로 이보다 조금 크다. 수출형으로 건조돼 야간투시 장비 등 고성능 장비가 달렸다고 합조단은 밝혔다. 또 은밀성을 높이려 선체도 특별히 만들었다.

■ 어떻게 공격했나 3월26일 밤 9시께 백령도 앞바다에 풍랑이 일었다. 천안함은 백령도 남방 2.5㎞ 떨어진 곳에서 북서 방향으로 6.3노트(시속 11.6㎞)로 항해하고 있었다. 북 어뢰의 항거리는 10~15㎞이지만 유효사거리는 약 3㎞다. 잠수정은 천안함에 3㎞ 이내로 접근했을 것으로 합조단은 추정했다. 기상청 자료를 보면, 3월26일 밤 달무리가 졌다. 9시22분 흐릿한 달빛이 비췄다. 합조단은 북한 잠수정에서 쏜 어뢰가 천안함 좌현 3m 수심 6~9m 지점에서 폭발했다고 밝혔다. ‘시에이치티 02디’ 어뢰는 길이 7.35m, 지름 53.4㎝다. 총중량 1700㎏ 가운데 폭발장약은 250㎏이다. 백령도에서 해안 경계를 하던 해병대 병사는 폭발음과 함께 “백색 섬광 기둥을 봤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천안함에 탔던 병사들은 아무도 물기둥을 보지 못했다.

합조단이 밝힌 결정적 사고 원인은 이른바 ‘버블제트’다. 수중폭발의 압력으로 생기는 거품효과(버블제트)가 있었다고 합조단은 설명했다. 합조단은 그 근거로 선체 용골이 위쪽으로 변형되고, 외판은 꺾이고 선체는 절단된 점을 들었다. 가스터빈실 격벽도 뒤틀리고 훼손됐다. 함정이 좌우로 흔들리는 것을 막아주는 함 안정기에 흔적이 남은 것도 버블제트 효과로 합조단은 판단했다. 선저 부분의 수압 및 버블 흔적, 열 흔적이 없는 전선 절단면 모양은 ‘비접촉 폭발’임을 증명한다고 합조단은 분석했다. 함정 좌우를 감시하다 쓰러진 견시병의 얼굴에 물방울이 튀었다는 생존자 진술도 추가됐다.

■ 어떻게 도주했나? 합조단은 가장 의혹이 몰린 잠수정의 침투와 도주 경로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윤종선 육군 준장은 “일단 도발 이후 신속히 현장을 이탈해 침투 경로를 되돌아간 것으로 파악한다”고만 말했다. 일단 잠수함정이 잠항에 들어가면 항로를 추적하는 데 제한이 따른다는 것이었다. 사고 초기에 북쪽 잠수정이 남쪽 영해에 들어왔을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하던 것과는 다른 것이다. 국방부는 4월1일 “사고 인근지역에서 북한의 잠수정 활동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두 척이 움직였으나 천안함 사건과의 관련이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합조단은 20일 “사건일 2~3일 전후로 북한군 잠수함·정 2척이 북 기지를 이탈한 것을 저희가 분명히 식별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연어급 잠수정
연어급 잠수정
■ 연어급 잠수정은

기동력 빠른 130t급얕은바다 작전 수월

민·군 합동조사단은 천안함이 북한제 어뢰에 의한 외부 수중폭발의 결과로 침몰했고, 이 어뢰는 북한의 연어급(130t) 잠수정에서 발사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영국 등 5개국이 참여한 합조단의 다국적 연합정보분석티에프(TF)단장을 맡은 황원동 국방정보본부장은 20일 “연어급 잠수정은 수출형이고, 최근에 건조하다 보니 야시장비 등 고성능 장비를 갖췄고, 은밀성을 높이기 위해 특별히 선체를 설계해 만들었다”며 “연어급 제원은 대부분 상어급 잠수함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상어급은 구경 533㎜ 어뢰발사관 4문을 장착하고 있고, 작전 가능 일수는 20일이다.

황원동 본부장은 “배수량 300t 이상은 잠수함으로, 그 이하는 잠수정으로 구분하기 때문에 130t인 연어급은 잠수함이 아니라 잠수정으로 부른다”고 말했다. 북한 해군은 로미오급 잠수함(1800t) 20여척, 상어급 잠수함(300t) 40여척과 연어급(130t)을 포함한 소형 잠수정 10여척 등 총 70여척을 보유한 것으로 우리 군은 파악하고 있다.

연어급 잠수정은 북한이 보유한 유고급(76t) 잠수정보다 규모가 크지만, 유고급처럼 수심이 10~20m 정도로 얕은 바다에서도 작전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형 잠수정은 탐지가 어렵고 잠수·부상 속도, 발진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주로 짧은 시간 안에 공격하고 도망가야 하는 비정규전이나 특수공작용으로 사용된다.

이런 점을 근거로 군 당국은 북한 연어급 잠수정이 천안함을 격침시킬 수 있는 무장력과 수심 30~40m인 얕은 백령도 근처 바다에서 작전을 펼치기에 적합한 크기와 기동성을 갖춘 것으로 분석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CHT-02D
CHT-02D
■ CHT-02D 어뢰는

북한 80년대 개발 사거리 최대15㎞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이 결정적 증거물로 제시한 북한 어뢰는 CHT-02D 어뢰다.

합조단 관계자는 “이 어뢰는 중국이나 러시아산 어뢰를 도입해 개량한 것이 아니라 80년대 북한이 자체 기술로 개발했다”며 “북한이 해외로 무기를 수출하기 위해 만든 북한 무기소개 책자에는 이 어뢰와 함께 북한이 개발한 PT-87W 어뢰에 대한 설명이 함께 실려 있다”고 말했다. CHT-02D 어뢰는 길이 7.35m, 지름 53.4㎝, 탄두중량 250㎏, 총중량 1700㎏, 사거리 10~15㎞인 중어뢰다. 경어뢰는 탄두중량이 50~80㎏이고 중어뢰는 탄두중량이 200㎏이 넘기 때문에, 중어뢰의 파괴력이 휠씬 크다.

CHT-02D 어뢰는 음향 항적 및 음향 수동 추적 방식을 사용한다. 어뢰는 유도 방식에 따라 능동과 수동으로 나뉜다. 모함 또는 어뢰 자체에서 음파를 발사하여 반사되는 음파로 목표물을 자동으로 추적하는 것이 능동 방식이고, 수동 추적 방식은 목표물의 음파, 예를 들어 함정의 엔진 같은 소음을 추적하여 공격하는 것이다.

합조단 관계자는 “천안함 선체 중간을 기준으로 좌현 쪽 3m쯤 함수에 치우친 가스터빈실 밑에서 수중 폭발이 발생했다”며 “가스터빈실은 분당회전속도(RPM)가 2만일 정도로 시끄러운 곳인데 음향 수동 추적 방식인 CHT-02D 어뢰가 수심 6~9m 밑에서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천안함이 받은 피해와 동일한 규모의 충격을 줄 수 있는 총 폭발량 200~300㎏ 규모의 (선체에 직접 부딪쳐 폭발하는) 직주어뢰, 음향 및 항적 유도 어뢰 등 다양한 성능의 어뢰를 보유한 것으로 군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권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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