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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안보 실패’ 명백한데…‘군 책임론’엔 부동자세

등록 2010-05-21 20:18수정 2010-06-18 14:17

정보~작전 총체적 구멍
정부 “감사결과 나와봐야”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한 것이라는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가 발표됨에 따라 군과 정부의 책임론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정보와 경계, 작전 등 군의 기본 3대 임무에서 다 실패했기 때문이다.

먼저 정보 면에서 군은 연어급(130t) 북한 잠수정이 우리 영토에 침투해 공격을 감행했다면서도 침투 경로와 공격방식, 도주 경로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천안함 사고 2~3일 전 북 잠수함정 2척이 서해상 기지에서 사라졌지만, 당시 작전중이던 천안함은 통신 감청 부대로부터 경계를 강화하라는 지시를 받지 못했다. 군 소식통은 “대북 정보와 군사 정보를 다루는 기관과 부대에서 제 역할을 했다면 천안함이 무방비 상태로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당시 천안함은 북 잠수정의 공격 조짐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평택 2함대 사령부, 해군작전사령부, 합참도 마찬가지였다. 군은 여전히 북의 잠수정이 어떤 경로로 침입해 들어와 어떻게 공격했는지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합동조사단 발표대로 잠수정이 천안함에 3㎞거리 안으로 접근해 어뢰를 발사했다면 이를 탐지하지 못한 것은 큰 실패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잠수함이 잠항에 나설 경우 이를 완벽히 추적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군의 해명에 동의한다. 그러나 “대잠함 능력을 갖춘 천안함이 잠수함의 어뢰발사 사실조차 모른 채 당했다”는 설명에 대해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수중 음향탐지장비(소나)가 장착된 천안함이 자신을 향해 발사된 어뢰의 음향을 전혀 포착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해군은 천안함 공격에 사용된 ‘시에이치티-02디’(CHT-02D) 어뢰의 주파수 대역이 해군이 파악한 기존 북 어뢰 정보와 달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북이 이 어뢰를 20여년 전 개발해 해외 수출에 나섰던 것을 고려한다면 주파수 정보를 파악 못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계 실패다.

작전 역시 실패였다. 천안함 사고를 보고받은 해군과 합참은 곧바로 대잠수함 작전에 나섰다. 대잠 헬기가 출동했고 근처에 있던 초계함인 속초함은 북방한계선까지 추격했다. 그러나 잠수정의 도주를 막지 못했다. 군은 북 잠수정의 도주 경로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다만 침입경로와 같은 경로로 도주했을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더구나 사고 처리과정에서 군의 보고·지휘 체계는 전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국방장관 등 군 지휘부는 사고 발생 40여분이 지나서야 사건 발생을 보고받았으며, 작전을 지휘해야 하는 합참의장은 국방장관보다 보고를 늦게 받았다. 또 해군은 침몰한 천안함 함미를 수심이 얕은 곳으로 이동할 때 작전·지휘 계선을 무시하고 합참의장이 아닌 해군참모총장에게 먼저 보고한 뒤 결재를 받았다. 보고·지휘체계 문란이다.

이에 대해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21일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서 “안보실패, 안보무능을 드러낸 것에 대해 대통령은 즉각 사죄하고 내각은 총사퇴하며 관련자를 군사법원에 회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도 20일 논평을 내어 발표가 사실이라면 정부와 군이 전면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부 여당은 감사원 감사 결과 때까지는 일체의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인책과 관련해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종합적인 조사결과를 토대로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김유정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군과 정부는 안보에 구멍이 뚫려 사건이 발생한 것 자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감사원 감사를 기다려봐야 한다거나 문책을 늦추겠다는 것은 적어도 선거기간 동안엔 자신의 과오임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권혁철 고나무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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