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외교·국방장관 합동회견 김태영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24일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열린 3부 합동기자회견에서 남북교역 전면 중단과 대북 심리전 재개 등 대북 압박조처를 발표하는 동안 현인택 통일부 장관(왼쪽)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이를 듣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 북선박 남해역 통행 봉쇄 북 퇴거불응땐 제주해협 ‘화약고’ 우려
정부, 항공기 북한 영공통과 우회 지시 정부가 24일 발표한 북한 선박의 남쪽 해역 통항 불허 방침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외에도 남쪽 해역에서 언제든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상당히 위험한 조처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그동안 북쪽 선박들은 식량 선적이나 수산물 교역을 위해 남쪽 항구로 내려왔다. 일단 모든 식량지원과 남북교역이 끊겼다는 점에서 당장 문제가 되는 곳은 제주해협이라고 할 수 있다. 남쪽은 2005년 8월 체결된 남북해운합의서에 따라 북쪽 상선이 동해와 서해에 있는 자신들의 항구를 오갈 때 지름길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제주해협은 열어줬다. 제주 남쪽 공해상으로 돌아가는 것보다 제주해협 항로를 이용하면 청진(동해)-남포(서해)의 경우 12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정부 당국자는 밝혔다. 다만 북한 항구와 제3국을 오가는 북쪽 상선은 제주해협을 이용할 수 없도록 남북해운합의서는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북쪽 상선이 제주해협 통과를 강행하고, 남쪽 군이 이를 강제로 제지할 경우 서해 북방한계선에서처럼 자칫 우발적 사태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24일 “일단 해경이 막고, 필요하면 해군이 나선다”고 밝혔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쪽이 불응할 경우에 대한 대응책으로 강제퇴거는 물론 ‘나포’까지 거론했다. 만약 국방부의 우려대로 북쪽 상선이 무장을 하고 있다면, 남북간 긴장을 고조시키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도 있다. 게다가 정부는 제주해협 봉쇄가 북쪽에 ‘아픈 조처’가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실제로 남쪽 선박들이 입는 피해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 3월 북쪽이 남쪽의 민간 항공기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통보한 뒤 속초~블라디보스토크 여객선과 부산~보스토치니 화물선은 북쪽 해역을 지나지 않고 우회하고 있는데, 앞으로 이에 따른 손해가 계속 이어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항로를 우회하면 운항시간이 2~3시간 정도 늘어난다.
이와 함께 국토해양부는 24일 0시부터 미국과 러시아를 오가는 국적항공기의 북쪽 영공 통과를 우회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따른 비행시간 연장과 스케줄 조정 등으로 일정한 피해가 우려된다. 국제법적인 근거도 문제가 된다. 제주해협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포함해 모든 국적의 배가 통과할 수 있는 무해통항권이 보장된다. 무해통항권은 선박이 연안국의 평화·질서 또는 안전을 해치는 일 없이 그 영해를 통항할 수 있는 국제법상의 권리를 말한다. 이런 이유로 미국 정부도 애초엔 제주해협 봉쇄를 대북 제재 조처에 포함하는 데 이견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인 황예랑 기자 yyi@hani.co.kr
■ 대북심리전 재개 6년만에 군사분계선에 확성기
북 “체제위협 중대사건” 반발 대북 심리전이 6년 만에 전면적으로 다시 시작됐다. 국방부 당국자는 24일 “오후부터 대북 심리방송을 재개하고, 날씨가 좋아지면 내일이든 모레든 대북 전단을 뿌리겠다”며 “군사분계선 근처 확성기 방송은 준비하는 데 보름가량 필요하므로 다음달 초에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군은 이달 중으로 군사분계선 근처에 확성기를 설치하는 작업을 한 뒤 에프엠 방송의 전파변환 작업을 거쳐 방송 내용을 대형 확성기를 통해 북쪽으로 내보낼 계획이다. 확성기 10여개를 묶은 남쪽 대형 확성기는 출력을 최대로 높이면 밤에는 약 24㎞, 낮에는 10여㎞ 떨어진 군사분계선 북쪽까지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당국자는 “대북 심리전 재개는 남쪽과 국제사회의 자연스러운 소식을 폐쇄된 북쪽에 전하는 뉴스원 구실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쪽은 대북 심리전이 북한군과 주민의 사상적 바탕과 체제 안정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강한 거부감과 경계심을 나타내 왔다. 이날 북쪽 인민군 전선중부지구사령관이 남쪽의 심리전 재개 방침에 대해 ‘남북관계를 최악의 상태로 몰아가는 중대사건’이라고 반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심리전 수단을 조준사격하겠다’는 북쪽 반응에 대해 이날 국회 천안함 침몰사건 진상조사특위에 출석해 “(그 경우) 자위권 차원에서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혀, 심리전 재개가 자칫 군사적 충돌로 번질 위험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대북 심리전의 일방적인 재개로 남북 합의 내용을 남쪽이 먼저 파기했다는 부담을 지게 됐다. 남북은 2004년 선전수단 철거 합의서에서 “쌍방은 앞으로 어떤 경우에도 선전수단들을 다시 설치하지 않으며 선전활동도 재개하지 않는다”고 명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 당국자는 “2004년 6월4일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때 서해상 우발충돌 방지를 북쪽이 수용하는 조건으로 우리가 선전수단 제거에 합의했다”며 “하지만 북쪽은 서해상 우발충돌 방지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천안함에 대한 무력공격까지 했다”고 말했다. 1962년에 처음 시작된 휴전선 대북 확성기 방송은 72년 7·4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된 이후 중단됐으나, 80년 9월 북한의 대남 심리전 공세에 맞서 재개됐다. 군 당국은 2004년 6월 남북 합의 이후 휴전선 일대 94곳에 설치된 대북 확성기와 11개 지점의 대형 전광판을 해체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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