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 수첩에 “소규모 인질시…대규모 인질시…”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국가원로자문회 도중 펼쳐놓은 수첩에 적힌 메모. 개성공단에서 인질 발생 때 대처할 내용이 쓰여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조평통 “관계단절” 초강경 대응
모든 통신 단절…적십자사업도 중단
“남쪽 해상침범 계속땐 군사적 조처”
개성공단 존폐 직접적 거론은 없어
모든 통신 단절…적십자사업도 중단
“남쪽 해상침범 계속땐 군사적 조처”
개성공단 존폐 직접적 거론은 없어
정부가 24일 군사·외교·대북정책을 망라한 전방위적 대북 강경조처를 발동한 데 대해 북한 역시 초강경으로 맞설 것임을 천명했다.
북쪽은 25일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담화를 통해 “북남관계 전면폐쇄, 북남 불가침합의 전면 파기, 북남 협력사업 전면철폐의 단호한 행동조치”로 남쪽의 대북조처에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북쪽이 이날 발표한 8개항의 행동 방안 중 일부는 지난 2008년 ‘12·1 조처’ 때 나온 조처와 비슷하다. 당국관계 전면 단절, 남북 통신연계 단절, 개성공업지구 북남경제협력협의사무소 철폐, 남쪽 선박·항공기의 북쪽 영해·영공통과 전면금지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군 통신을 포함한 모든 남북 통신을 단절하고 적십자연락대표 사업을 완전 중지한다고 밝혀, 당국 연락에 사용되던 판문점 적십자 통신망을 끊었던 당시보다 한 발 더 나아갔다. 또 이명박 대통령 임기 기간 당국간 대화·접촉을 하지 않는다고 밝혀, 남쪽 정부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었음을 드러냈다. 대북심리전에 대한 전면적인 반격을 개시하고, 전시법에 따라 남북관계 사안을 처리한다고 밝힌 점 역시 앞으로 남북관계를 전시에 준하는 대결적 태도로 다루게 될 것임을 말해준다.
북쪽의 남북관계 전면단절 조처에 따라 남북관계는 대화·교류의 영역이 대부분 위축된 가운데 군사적 수단을 동원한 일촉즉발의 대결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북쪽은 이날 남북군사실무회담 북쪽 단장 명의의 대남 통지문을 통해 “최근 남조선 군부가 서해상 우리(북)쪽 해상경계선을 침범하고 있다”며 “남측의 해상 침범 행위가 계속된다면 해상수역을 고수하기 위한 실제적 군사조치가 실행될 것”이라고 군사적 위협 수위를 한단계 높였다. 북쪽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사> 논평에서도 “역적패당의 그 어떤 ‘응징’과 ‘보복’, ‘제재’에 대해서도 즉시 전면전쟁을 포함한 여러 강경조치로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쪽은 이미 24일 남쪽의 대북조처 발표 직후 인민군 전선중부지구사령관의 ‘공개 경고장’을 통해 남쪽의 확성기·전광판 등 대북 심리전 수단을 직접조준 격파사격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북쪽은 이후 남쪽의 한반도 역내·외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구상(PSI) 훈련 참여에 맞서는 군사적 대응 수위 또한 높여갈 가능성이 크다.
다만 북쪽은 이날도 유일하게 남은 남북협력 사업인 개성공단의 존폐에 대해선 직접 거론하지 않아 여지를 남겼다. 형식상 개성공단이 민간 협력사업이고, 남쪽보다 먼저 폐쇄에 나설 경우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개성공단은 북쪽의 주요한 외화획득 통로일 뿐 아니라 10만여명에 이르는 개성시민의 식수를 공급하는 등 북쪽으로서도 먼저 ‘폐쇄’에 나서기엔 걸린 내부 이해가 크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북쪽이 밝힌 대로 남북간 모든 통신이 단절될 경우, 개성공단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남쪽 인원 통행을 위한 당국간 협의 통로가 막혀 사실상 통행차단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군사적 대립이 더 격해질 경우 개성공단이 홀로 버틸 순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쪽의 심리전을 계기로 남북간 총격전이 벌어질 경우 양쪽 모두 개성공단 통행을 계속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북쪽도 통행제한과 계약 파기, 자산 동결·몰수 등 단계적 조처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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