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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중, 천안함 ‘요지부동’…정부, 군색한 의미찾기

등록 2010-05-30 21:35수정 2010-06-18 14:06

이명박 대통령(맨 왼쪽)과 원자바오 중국 총리(맨오른쪽) 등 참석자들이 29일 제주도 서귀포에서 열린 제3차 한-중-일 정상회의를 하기에 앞서 하토야마 일본 총리의 제안으로 천안함 침몰 사건 희생자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제주/청와대 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맨 왼쪽)과 원자바오 중국 총리(맨오른쪽) 등 참석자들이 29일 제주도 서귀포에서 열린 제3차 한-중-일 정상회의를 하기에 앞서 하토야마 일본 총리의 제안으로 천안함 침몰 사건 희생자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제주/청와대 사진기자단
한·중·일 정상회의
원자바오, 대북조처 강조한 한·일과 평행선
‘지속적 협의’ 약속…일방 제재추진 힘들듯
청와대 “중국 천안함 언급 자체가 큰 의미”
29~30일 제주도에서 열린 제3차 한-중-일 정상회의는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국제 공조, 특히 북한의 혈맹인 중국의 협력을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 자리였다. 하지만 중국은 한국 정부의 기대만큼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단호한 대북 조처’를 강조한 한국-일본과, ‘절제된 대응과 한반도 평화·안정’을 강조한 중국의 견해차가 다시한번 명확히 드러났다.

일단 청와대는 미세하나마 중국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30일 브리핑에서 “중국은 공개적으로 북한에 관해 언급하는 것을 매우 꺼리기 때문에 공동 발표문에 천안함 사태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 자체가 매우 큰 의미”라고 밝혔다. ‘형식’의 변화에 내용의 진전이 담겨 있다는 풀이다.

이 수석은 또 정상회의에서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중국은 책임있는 국가”라고 밝혔다고 강조하며 “중국도 국제적 책임을 다 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지난번(28일 한-중 양자회담)에 중국이 반걸음 다가왔다면 이제 한걸음 다가온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의에서 3국 지도자들의 발언과 공동기자회견 및 공동발표문의 내용을 살펴보면, 천안함 문제를 두고 한-일 두 나라와 중국은 사실상 평행선을 달렸다.

원 총리는 회의에서 “한국과 국제합동조사단의 공동조사 및 각국의 반응을 중시하겠다”면서도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어떤 행동도 반대하고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원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특히 충돌을 피해야 한다”며 “3국이 중대한 문제에 대해 서로를 배려해주며, 민감한 문제를 타당하게 처리하고 정치적 신뢰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원 총리는 ‘북핵 6자회담 재개에 앞서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관련자 처벌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한-일의 접근법에 대해서도 “그래도 장기적으로 6자 회담을 통해서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다른 해법을 제시했다.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대북 강경 대응에 반대한다는 뜻과 함께 국제 사회가 북한과 특수관계인 중국을 외교적으로 압박하는 것에도 불편한 감정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에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전쟁할 생각이 없다”면서도 “적당히 넘어가선 안 된다. 북한이 군사적 도발에 대해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잘못을 인정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이런 사정 탓인지 3국 정상회의 결과를 담은 공동 발표문의 천안함 관련 대목은 외교적 수사로 포장됐다. 천안함 침몰의 원인이나 북한의 책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등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장기적으로”라는 전제가 달리긴 했지만, “6자 회담 과정을 통해 공동의 노력을 지속해나가기로 했다”는 대목은 오히려 중국의 주장이 더 많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공동발표문의 “3국 정상은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적정하게 대처해나가기로 했다”는 대목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속적 협의’라는 문구는 중국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한국 정부의 지렛대가 될 수도 있지만, 거꾸로 ‘중국의 동의 없이 유엔 안보리에 일방적으로 회부해서 안 된다’는 중국 정부의 견제장치의 의미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3국이 지속적 협의를 하기로 약속했으니 한국 정부가 중국을 무시하고 유엔 안보리 논의를 하기는 어렵게 됐다”며 “이명박 정부의 발이 묶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귀포/황준범 기자, 이제훈 기자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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