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리앤 나이트(55) 국제카리타스 사무총장
서울 온 레슬리앤 나이트 국제카리타스 사무총장
“한국은 통일 이후에 준비돼 있는가?”
21~22일 서울에서 열린 국제카리타스 대북지원 특별소위원회에 참석한 레슬리앤 나이트(55·사진) 국제카리타스 사무총장은 이런 질문으로 인도적 대북 지원에 대한 한국 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그는 22일 서울 종로의 한 호텔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카리타스는 북한의 7~17살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비(B)형 간염 예방백신 접종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만약 이런 접종사업이 지금 이뤄지지 않으면 10년, 20년 뒤 통일 한국에서 병든 어른이 돼 있을 이들을 위해 치러야 할 의료비용은 엄청난 액수가 될 것”이라며 “이런 어려움에 미리 대비하는 차원에서라도 인도적 대북지원을 지속하는 일은 큰 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 가톨릭교회의 공식 국외원조기구인 카리타스는 162개 나라 회원단체로 구성돼 있다. 1995년 국제 민간단체로는 처음으로 대북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2009년까지 3300여만달러(400억여원)가량의 의약품과 식량 등을 북한에 지원했다. 지난해도 65만여달러(7억7000만여원)를 들여 평양지역 50만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비형 간염 백신 지원, 평안남북도 22개 결핵요양소의 환자들을 위한 보충식 지원 등의 사업을 벌였다.
나이트 사무총장은 “북한 지원은 카리타스의 장기적 인도적 지원 중 최우선적 관심 대상”이라며 “하지만 한국 군함(천안함)의 침몰 사건 이후 남북간 긴장고조로 카리타스의 사업도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한국 정부가 ‘천안함 대북조처’에 따라 의약품 반출을 불허하는 바람에, 비형 간염 백신 접종을 평양 이외 지역으로 확대하려는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긴장고조는 북한의 대다수 주민이 처해 있는 인도주의 위기상황에 대해 국제사회의 공정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어려움이 되고 있다”며 “기초적인 식량과 건강조차 확보하지 못한 채 고통 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어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빨리 재개·지속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글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