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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전작권 일정 변화 없다더니…정부, 돌연 말바꿔

등록 2010-06-23 19:53수정 2010-06-24 09:21

현인택 통일부 장관(앞줄 오른쪽)이 23일 오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정동영 민주당 의원이 대북정책 기조 변경 용의를 묻는 질문에 답하던 중 김호년 기획조정실장(앞줄 왼쪽)한테서 답변자료를 건네받고 있다.  박종식 기자 <A href="mailto:anaki@hani.co.kr">anaki@hani.co.kr</A>
현인택 통일부 장관(앞줄 오른쪽)이 23일 오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정동영 민주당 의원이 대북정책 기조 변경 용의를 묻는 질문에 답하던 중 김호년 기획조정실장(앞줄 왼쪽)한테서 답변자료를 건네받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전환시기 늦출 ‘사정변경’ 이유 분명치 않아
“군사 실무협의 우선” 기존 정상합의와 충돌
주한미군 유지 비용 등 한국부담 크게 늘듯
‘전작권 전환 재논의’ 문제점은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각) 캐나다 토론토에서 정상회담을 열어, 2012년 4월17일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일정을 연기하는 문제를 공식 논의하기로 한 것은 그간 한-미 양국 정부의 공식 발표에 비춰 전격적인 방향 선회다.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에도 한-미 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단 한번도 전작권 전환 일정 연기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없다.

전문가들 사이에 ‘밀실논의’라는 지적과 함께 다양한 비판이 이는 까닭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코리아’를 외치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개최할 정도로 국력이 커진 한국이 앞으로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작권을 외국군에 맡긴 나라로 남겠다고 자청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일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일지
첫째, 전작권 전환 시기를 늦출 ‘사정 변경’의 이유가 분명치 않다. 청와대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핵·미사일에 더해 천안함에 대한 어뢰 공격 등 북한의 위협이 커지고 있어 기존 합의대로 전작권을 환수해 한미연합사령부가 해체되면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해 전쟁 억제에 실패할 우려가 있어 전작권 전환을 연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핵과 미사일 등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해선 2006년 전작권 환수에 합의했을 때에도 전면적 검토가 이뤄졌다. 참여정부에서 전작권 전환 업무를 다룬 인사는 “당시 미국은 2010년에 전작권 전환을 해도 한국 안보에 문제가 없다는 쪽이었지만, 우리 군이 안보상황을 아주 보수적으로 판단해 2012년으로 늦추자고 해 미국이 동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보수 진영은 천안함 사태 이후 증폭된 ‘안보 불안감’을 강조하지만 천안함 문제와 전작권 환수 연기를 연결시키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천안함 침몰 사고 한달쯤 뒤인 4월24일 전국의 성인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전작권 환수시기’에 대한 전화 조사를 벌인 결과 전체 응답자의 48.8%가 “안보상황을 고려할 때 2012년 이후에 넘겨받는 게 좋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 조사 결과에 대해 국방연구원은 “천안함 사건 때문에 전작권이 연기되어야 한다는 식의 일방 논리는 수용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2009년 11월 전화 조사 결과와 비슷하기 때문에 천안함 사건이 전작권 전환 문제와 관련한 국민 의식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는 게 그 근거였다.

둘째, 이 대통령과 오바마 미 대통령의 전작권 전환 연기 문제 논의는 기존 한-미 정상의 합의와 충돌한다는 지적도 있다. 2006년 9월 한-미정상회담 때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전작권 문제는 정치적 요소에 의해 결정될 문제가 아니다” “군사 당국간 실무적 합의를 해서 전환 일정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합의를 한 바 있다. 따라서 전작권 전환 문제를 논의할 경우, 한-미 국방장관 회담이나 합참의장 회담에서 먼저 다루는 게 순서에 맞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5차례 양국 국방장관 회담이 있었지만, 전작권 전환 연기 논의는 전혀 없었다.

셋째, 국가간 합의인 전작권 전환 일정을 한국 쪽이 먼저 연기하자고 하면 미국에 만만찮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우려도 많다. 미국은 21세기 들어 세계 곳곳의 미군을 기동성 있게 재배치한다는 ‘전략적 유연성’을 군사전략으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지난 2월 4년마다 국방 전략을 제시하는 보고서(QDR)에서 ‘미군의 가족동반 근무’와 ‘주한미군의 유동적 차출’을 명시한 바 있다. 주한미군을 신속기동군으로 활용하기 위해 전작권 전환을 예정대로 진행할 것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미국이 전작권 전환 연기에 동의한다면, 그 대가로 한-미 통상 현안, 주한미군 기지 평택 이전 협상, 아프가니스탄 등 해외 파병, 미사일방어(MD)체제 참여 등 한국의 대폭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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