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장 정보위서 “북 후계체제 가속화” 밝혀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은 24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 불안으로 북한이 후계제체 조기구축에 주력하고 있다”며 “김정은이 수시로 김정일 위원장을 수행하고, 정책관여의 폭도 넓히고 있다”고 밝혔다.
원 원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김정일 위원장은 뇌졸중 후유증으로 여전히 왼쪽 다리를 절고, 팔의 움직임도 불완전하며, 최근 다시 음주·흡연을 시작해 무리할 경우 건강이 악화할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황진하 한나라당 정보위 간사가 전했다. 국정원은 후계체제 가속화의 근거로 “최근 김정일 위원장의 비호 아래 김정은 우상화를 위해 전국민을 상대로 ‘우리의 청년대장 동지’라는 찬양시와 노래를 보급하고, 시 암송대회도 개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국정원은 “북한이 화폐개혁 후유증으로 경제 혼란과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며 “김정일 위원장은 최근 양강·함경·평안도 현장시찰 등에 열중하고 있으나 경제가 회생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북한의 식량사정에 대해선 “지난해 생산된 식량과 올해 도입량을 포함해 모두 430만t을 확보했고, 앞으로 추가도입분을 감안하면 (주민이 굶어죽는 일 없이) 어려움은 감내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원 원장은 지난 4월6일 정보위에서 “천안함 사태가 북한의 소행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보고를 한 데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질책에 “각종 정보 등 (북한의 소행이라 판단할) 과학적인 근거가 불확실하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당시 휴민트 등 인적 정보로는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해명했다. 특히 “당시 북한 반잠수정 2척의 행방을 묻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구름에 가려 안 보였다’고 답해 놓고 이제는 북한의 소행이라고 하는 근거가 뭐냐”는 비판에 원 원장은 “분석 과를 잘못 판단한 것 같다”고 답했다고 최재성 민주당 간사가 전했다.
원 원장은 국정원의 프랑크 라뤼 유엔특별보고관 사찰 의혹에 대해선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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