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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박한식 “천안함 논란 묻어버리자” 백낙청 “엄밀하게 진실 캐내야”

등록 2010-07-09 21:53

‘제1회 석학들의 대화 - 한반도 분단체제를 넘는 인문학의 모색’이라는 주제로 한겨레통일문화재단과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이 공동주최한 토론회가 9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국대 새천년관국제회의장에서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민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단장,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교수,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임동원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장(전 통일부 장관).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제1회 석학들의 대화 - 한반도 분단체제를 넘는 인문학의 모색’이라는 주제로 한겨레통일문화재단과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이 공동주최한 토론회가 9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국대 새천년관국제회의장에서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민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단장,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교수,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임동원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장(전 통일부 장관).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제1회 석학들의 대화…‘출구전략’ 놓고 논쟁
“이 시점에서 천안함 논란을 묻어버리자.”

남과 북이 극단적으로 대치하고 있어 출구가 보이지 않는 천안함 사태에 대한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교수의 해법이다. 박 교수는 9일 “천안함을 묻어버리지 않으면 출구가 없다. 천안함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천안함의 진실을 캐야 한다”며 “진실이 공지의 사실이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반론을 폈다.

임동원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장은 “2007년 10·4선언의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합의가 잘 실천됐으면 천안함 사태가 일어날 수 없었다”며, 이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조망했다.

한겨레통일문화재단과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의 공동주최로 9일 오후 서울 건국대에서 열린 ‘제1회 석학들의 대화 - 한반도 분단체제를 넘는 인문학의 모색’에서 오간 대화의 한 토막이다. 사회는 김성민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단장이 봤다.

천안함 사태 남북 대응

임동원(이하 임) 국민의 30%가량이 정부의 천안함 발표를 믿지 않는다고 하는 데에 굉장히 문제가 있다. 천안함 조사 결과 발표 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남북관계 파탄을 선언했다. 천안함 사태는 이명박 정부가 취해온 대북 적대시 정책의 본질을 잘 드러낸 게 아닌가 싶다.

백낙청(이하 백) 정부가 발표한 천안함 조사 결과에 대해 서재정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와 이승헌 버지니아대 교수, 캐나다의 양판석 박사 등이 심각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정부 발표가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는 전문가들한테 전혀 신용을 얻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대단히 경솔했고, 국제무대에서 망신을 당해도 자업자득인 측면이 있다.


박한식(이하 박) 닷새 동안 평양에 있다 어제(8일) 서울에 도착했다. 북한에 있으며 천안함에 대한 북한 사람들의 생각을 많이 들었다. 한국은 북한더러 ‘사과하고 책임자 처벌하라’고 하는데, 북한 사람에게 물었더니 웃더라. 북한 사람들은 그들이 천안함을 공격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밝힐 의무가 없다고 하더라. 존 에프 케네디 미국 대통령 암살 사건은 여러가지 설은 있지만 정설은 없다. 천안함도 이렇게 되지 않을까 싶다.

천안함 해법

임 천안함 침몰 원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성찰하고 대응하는 것이다. 이런 일이 왜 일어났는가. 남북 불신과 대립·긴장·충돌의 연장선상에서 일어난 것이다. 현재처럼 남북이 대립상태라면 비슷한 일이 또 일어날 수 있다. 또하나의 중요한 포인트는 서해에는 해상경계선이 없다는 점이다. 참여정부는 2007년 10·4선언에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란 대단한 합의를 했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합의가 잘 실천됐으면 천안함 사태가 일어날 수 없었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긴장의 바다, 충돌의 바다를 평화의 바다로 만들어 가야 한다.

백 천안함 사태는 과학적 엄밀성으로 진실을 따지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천안함 문제는 국제문제이기 이전에 한국 수역에서 한국 초계함이 침몰해 한국 해군 장병들이 숨진 사건이다. 정부 발표대로 북한 소행이라면 자동적으로 남북문제인데 이게 국제문제가 될지는 남북간 결단하기 나름이다.

박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북한이 자기 소행이라고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했으니, 출구가 없다. 천안함 문제를 과학자들이 탐구하고 기자들이 탐사보도를 하니 결국 진실은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이 불안한 상황을 진실 탐구와 조사를 마칠 때까지 그냥 둘 수 없다. 가능하면 이 시점에서 천안함 논란을 묻어버리자. 만족하지 않더라도 다른 묘안이 없다. 묻어버리지 않으면 출구가 없다. 천안함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야 한다.

백 국제무대에선 결론도 안 나고 위험한 상황이 올 수도 있으니 일단 제쳐놓고 6자회담을 추진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진실을 캐내야 한다. 케네디 암살 등 영구미제사건들이 있다. 하지만 천안함은 관련자가 너무 많다. 생존자도 많고 조사단에 참여한 사람도 있다. 천안함의 진실이 공지의 사실이 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임 국제사회에선 6자회담을 열어 비핵화 논의로 돌아가고, 남북관계에서는 서해를 평화의 바다로 만드는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 진실 규명은 반드시 돼야 하고 규명될 것이다. 다만 현 정부 임기 안에 결론이 나긴 어려울 듯하다.

박 천안함 논란을 묻어두자는 것은 이대로 두면 악화되는 것 외엔 출구가 없기 때문이다. 우선 당장 출구를 찾기 위해 묻어두자는 것이다. (천안함 공격 주체가) 북한이 아닌 것 같다고 굉장히 풍부하게 말할 수 있다. 그럼 누가 (공격)했느냐. 북한이 했느냐, 미국이 했느냐, 한국이 했느냐, 중국이 했느냐, 이것을 밝히려면 조사과정에서 정치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니 지금은 묻어두자는 것이다.

통일과 인문학 임 남북기본합의서 제1조엔 ‘남과 북은 서로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돼 있다. 남북문제와 한반도문제의 출발점에는 인간에 대한 존중이 깔려 있기 때문에 인문학적 접근이 중요하다.

백 한반도 통일은 인문적 지혜가 총동원되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럴 때 통일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싶다.

박 인문학적 접근을 통해 분단된 남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규명하고, 조화롭게 다시 어울릴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다.

정리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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