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5돌 기념 민족통일대축전에 참가하고 17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한 민간대표단의 얼굴은 밝았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함께 한 오찬에 참석했던 김민하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내가 ‘어제까지도 정 장관 얼굴이 안 좋더니, 얼굴이 확 폈네’ 하고 말하니까 다들 밝게 웃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가 갔을 때는 이미 정 장관이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깊은 대화를 진행하고 있었다”며 “회담의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지만 정 장관과 김 위원장의 얼굴이 아주 밝았고 덕담을 나눴다”고 말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문제도 거론됐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런 얘기가 안 오갈 수는 없다”면서도 “구체적인 얘기는 말할 수 없다”고 밝혀,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문제도 논의됐음을 내비쳤다.
이날 오찬 자리에 함께 했던 강만길 광복60돌 기념사업 추진위원장은 회담 결과를 묻자 “할말이 없다”며 “다음에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고 문익환 목사의 부인 박용길 남쪽 준비위 명예대표도 말을 삼갔지만 얼굴 표정은 밝았다.
북한을 여러차례 방문한 적이 있는 조성우 남쪽 준비위 공동대표는 “이전보다 평양이 훨씬 활기찼다”며 “평양 시민들도 남쪽과 해외에서 동포들이 온 것을 알고 있었고, 정치적 색채를 최대한 배제하며 남쪽 사람들에게 많은 배려를 했다”고 전했다. 김형태 천주교 인권위원장도 “북쪽 사람들이 ‘제국주의’ 등의 말을 쓰지 않으면서 정치적이거나 공격적인 말을 자제하며 굉장히 조심스러워했다”며 “정동영 장관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난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남쪽 민간대표단도 다들 좋아했다”고 말했다.
장영달 열린우리당 의원은 “북한 사람들을 만나 보니 미국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항상 고민하는 것 같았다”며 “정 장관과 김 위원장의 만남은 북-미 관계 개선의 징표로 봐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민간대표단은 이날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낸 ‘서울 도착 성명’에서 “축전 기간 중 우리는 한반도에 다시 불행한 전쟁과 대결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남과 북, 해외 동포 역량 모두의 지혜를 모았다”며 “무엇보다도 민간의 협력이 평화를 여는 교량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민간 교류와 대화는 남과 북 사이에 신뢰의 끈을 이어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든든한 다리”라며 “광복 60돌을 맞아 남북해외가 공동 개최하기로 합의한 민족 공동행사를 서울에서 만드시 성공적으로 개최해 화해와 평화의 교류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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