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5돌 기념 민족통일대축전에 참가하고 17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한 민간대표단 300명의 얼굴은 밝았다.
장영달 열린우리당 의원은 “북한 사람들을 만나 보니 미국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항상 고민하는 것 같더라”며 “정동영 장관과 김정일 위원장의 만남은 북-미 관계 개선의 징표로 봐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성우 남쪽 준비위 공동대표는 “이전보다 평양이 훨씬 활기찼다”며 “평양 시민들도 남쪽과 해외에서 동포들이 온 것을 알고 있었고, 정치적 색채를 최대한 배제하며 남쪽 사람들에게 많은 배려를 했다”고 전했다.
김형태 천주교 인권위원장은 “북쪽 사람들이 ‘제국주의’ 등의 말을 쓰지 않고, 정치적이거나 공격적인 말을 자제하며 굉장히 조심스러워했다”고 말했다.
이날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함께 한 오찬에 참석했던 인사들은 회담 내용에 대해 말을 아꼈다. 강만길 광복60돌 기념사업 추진위원장은 회담 결과를 묻자, “할 말이 없다”며 “다음에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만 했다. 고 문익환 목사의 부인 박용길 남쪽 준비위 명예대표도 환한 표정이었으나 말을 삼갔다. 최학래 한겨레신문사 고문은 “이런저런 얘기가 있었다”고만 전했다.
민간대표단은 이날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낸 ‘서울 도착 성명’에서 “축전 기간 중 우리는 한반도에 다시 불행한 전쟁과 대결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남과 북, 해외 동포역량 모두의 지혜를 모았다”며 “무엇보다도 민간의 협력이 평화를 여는 교량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민간 교류와 대화는 남과 북 사이에 신뢰의 끈을 이어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든든한 다리”라며 “광복 60돌을 맞아 남·북·해외가 공동 개최하기로 합의한 민족공동행사를 서울에서 반드시 성공적으로 열어 화해와 평화의 교류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간대표단은 북한 순안공항 출발 직전 발표한 성명에서도 “남북 당국이 별도로 회동해 기념행사를 마련함으로써 남북 최고당국자 간에 이뤄진 6·15 공동선언 5돌의 의미가 더욱 빛을 발하게 된 것을 크게 환영한다”고 밝혔다.
앞서 민간대표단은 이날 오전 평양 중심부에서 남쪽으로 15㎞ 떨어진 곳에 있는 동명왕릉과 김일성 주석 70회 생일 기념으로 건설된 주체사상탑 등을 참관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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