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NLL쪽 해안포 발사
서해훈련에 ‘대응타격’ 실행
위협 가하되 수위 절제 흔적
위협 가하되 수위 절제 흔적
북한이 9일 오후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상에 130여발의 해안포를 쏜 것은 이날 끝난 남쪽의 서해 합동훈련에 대한 군사적 대응조처로 보인다. 합동참모본부의 한 관계자는 이날 “북한의 해안포 발사는 우리 군의 서해 훈련에 대한 대응조처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군은 우리의 서해 훈련 계획이 나온 때부터 군사적 대응을 공언해 왔다. 북한군은 서해 훈련 시작 전인 지난 3일 “강력한 물리적 대응타격으로 진압할 것”이라고 밝혔고, 서해 훈련이 시작된 5일에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서기국 보도를 통해 “예상을 초월한 가장 위력한 전법과 타격수단으로 도발자들과 아성을 짓뭉개 놓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로동신문>도 지난 7일 “우리의 경고는 결코 빈말이 아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따라서 이날 북한이 해안포 130여발을 집중적으로 발사한 것은 이러한 ‘물리적 대응타격’ 위협을 행동으로 옮긴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과거와는 달리 이번엔 해안포 사격을 우리 쪽에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 북한은 지난 1월 27~29일에도 백령도와 연평도 인근 북방한계선 해상으로 해안포와 방사포, 자주포 등 400여발을 발사했다. 당시에는 사전에 항행금지구역 설정을 밝혀, 해안포 발사를 예고한 바 있다. 이번에 사전 통보를 하지 않은 것은 그만큼 우리 쪽을 위협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군 당국은 북한의 이번 해안포 발사를 상당히 절제되고 계획된 군사 행동으로 보고 있다. 불필요한 긴장 격화를 막기 위해 북한이 해안포를 북방한계선 이북 바다에 쏘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원칙적으로 따지면 북한 해역에서 북한 군대가 포 사격 훈련을 한 것이 되기 때문에 남쪽이 심각하게 문제제기를 하기는 힘들다.
군 당국은 북한으로선 남쪽의 서해 해상 훈련에 대해 불만을 표현하고 공언한 군사적 대응조처가 빈말이 아님을 입증해야 하는 명분을 살리고, 통제 불가능할 정도의 군사적 긴장 고조를 피하기 위해 북방한계선 이북 해상에 해안포를 발사했다고 분석한다. 군 관계자는 “만약 북한이 군사적 대응 강도를 높이고 정면대결로 나가려면 서해상에 미사일을 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 군 일부에서는 해안포가 북방한계선 남쪽으로 떨어졌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어, 우선 정확한 탄착 지점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는 앞으로다. 남북간에 긴장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없을 경우 이번 해안포 사격을 계기로 북한의 군사적 대응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과 미국이 16~26일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하는 등 앞으로 훈련이 뒤따를 계획이어서, 해안포 사격 같은 북한의 군사적 대응도 점차 강도를 높여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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