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급격한 붕괴땐 7배 더 부담…전문가들 “북 경제 자생력 먼저 높여야”
이명박 대통령의 ‘통일세’ 논의 제안을 계기로 통일비용과 재원 마련 방안에 관한 사회적 논란이 불붙고 있다. 통일세 추진을 섣불리 제기함으로써 통일비용에 대한 불필요한 걱정과 조세저항을 촉발하기에 앞서 궁극적으로 통일비용을 줄이기 위한 방안의 준비와 실천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크게 통일 이전과 통일 이후의 통일비용 절감 방안을 구분하고 있다. 통일 이전 방안과 관련해, 16일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공개한 통일비용 추산 결과는 북한이 순조로운 경제발전 과정을 거쳐 통일에 이를 경우 급격히 붕괴할 때보다 남쪽 정부가 부담해야 할 통일비용이 7배 줄어들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를 보면, 북쪽이 핵개발을 포기하고 한국이 ‘비핵·개방·3000’ 구상을 진행하고 국제사회의 지원도 받을 경우 2011년부터 2040년까지 30년간 연평균 재정부담은 10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북쪽이 급변사태를 맞아 붕괴할 경우에는 30년간 연평균 통일비용은 72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국가 재정으로 북쪽에 소득보전을 해야 하고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30년간 총액으로 계산하면 북한 급변사태 때 통일비용은 총 2조1400억달러(약 2538조원), 그렇지 않을 때는 3220억달러(약 382조원)”라고 말했다.
통일비용을 줄이는 또 하나의 주요한 방안은 통일 뒤 북쪽 경제의 자생력을 높이는 쪽으로 통합 정책을 실시하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 1991년 통일 직후 동서독의 화폐를 1 대 1로 통합하고, 동독 출신 서독인의 동독 지역 부동산 소유권을 인정했다. 그 결과 동독의 인건비와 땅값이 크게 올라 서독 기업의 동독 진출이 제약됐다. 결국 실업률이 치솟으며 이를 국가 재정에서 보조하느라 재정 부담이 가중됐다. 남북의 경우 통일 뒤 화폐통합을 서두르지 않고 부동산 권리를 인정하지 않으면 통일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통일에 따른 이익과 분단 비용을 함께 고려할 경우 통일비용의 절대치가 크게 줄어드는 만큼, 통일비용을 너무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신창민 중앙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국회의 학술용역 결과 보고서인 <통일비용과 분단비용>에서 ‘통일비용은 통일 직후 10년 동안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6~6.9%가 들지만, 지디피의 4.35~4.6%에 이르는 국방비 등 분단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돼 실제 순통일비용은 지디피의 1.65~2.3% 정도가 된다’고 추산했다. 또 ‘통일 뒤 연평균 11.25%의 경제성장이 가능해져, 순통일비용을 제하고도 연간 9.6% 안팎의 고도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며 통일비용을 넘는 통일편익의 발생을 예측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남북협력을 통해 평화공존과 경제공동체 건설을 이뤄나가고 통합 뒤 현명한 정책을 구사하면 통일세를 걷지 않고도 충분히 통일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며 “북한 붕괴를 염두에 둔 통일세 추진보다 남북협력을 통해 경제공동체의 토대를 구축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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