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강화에 대한 강력한 견제 신호
김일성 유적 찾아 ‘김정은 권력승계’ 띄우기
‘창춘-지린-투먼 방문’ 동북개발 동참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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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방중] 열쇳말로 풀어본 방중 의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4박5일 중국 방문은 천안함 사건 이후 브레이크 없이 긴장 고조의 외길을 달려온 한반도 주변 정세를 뒤흔들 북-중의 대형 외교 이벤트로 보인다. 김 위원장 방중을 통해 북한과 중국이 의도한 것은 무엇이었고, 그 효과는 무엇인지, 3가지 포인트로 나누어 살펴본다.
■ 북-중 밀착 후진타오 중국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이 ‘창춘 정상회담’을 한 것으로 알려지자 국제 외교가는 충격을 받았다.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이 아닌 지방도시까지 이동해 김 위원장과 같은 호텔에서 머무르면서 정상회담을 하는 등 긴 시간을 함께 보낸 것으로 알려진 것은 그 자체로 ‘북-중 밀착’ 신호를 전세계에 발신한 셈이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북한은 국내외를 향해 중국이 자신들의 든든한 후원자임을 알리고, 중국도 북-중 관계가 단단하다는 것을 한국, 미국 등 한반도 주변 국가들에게 보여주려한 의도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은 천안함 사건 이후 한미 연합훈련과 남중국해 문제 다자화, 미국-베트남 군사훈련 등 불리한 흐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자기 편인 북한을 확실히 잡아두겠다는 전략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도 현재로선 확실한 후원자인 중국 쪽에 서겠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보낸 셈이다.
■ 후계구도 김 위원장은 방중 첫날 김일성 주석이 항일운동을 시작한 무대인 지린의 위원중학교와 베이산공원을 방문했다. 방문 마지막날도 귀국길에 헤이룽장 무단장에 들려 김 주석이 참여했던 동북항일연군 기념탑에 참배했다. 이번 방문이 항일유적지를 따라 진행된 것은 과거 김 위원장의 방중 일정과 확연히 구분되는 특징이다. 김 위원장의 건강이 악화된 상황에서 생전에 아버지의 항일유적지를 돌아보고, 동행여부는 불투명하지만 3남 김정은 등 후계 체제로의 이행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목적 등이 담긴 행보로 해석된다. 북-중 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은 “김정은이 동행했다하더라도 중국 지도자들에게 아들을 소개하며 직접적인 승인을 받는 책봉식 같은 논의가 오갔을 가능성은 없으며, 지도부의 세대교체가 되더라도 더 잘해나가자 하는 형식으로 논의됐을 것”으로 예상했다.
■ 창-지-투 김 위원장은 이번 방문 동안 창춘, 지린, 투먼을 들르거나 통과했다. 모두 중국이 낙후된 동북지역을 개발하기 위한 핵심 프로젝트로 추진중인 ‘창-지-투 개발 선도구’의 중심 도시다. 중국이 북한에 개혁개방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주선한 일정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동북개발을 통해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으니 북한이 적극적인 개혁개방을 통해 동참하도록 촉구한 셈이다. 김 위원장도 동북개발의 주요 무대인 창-지-투 지역과 하얼빈을 직접 방문해 산업시설 등을 시찰하면서 개혁개방의 의지를 보인 셈이다.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의 개혁개방과 중국의 투자, 협력 등에 대한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김정일 7차 방중 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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