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건강악화? 권력암투?
10월10일 당 창건일에 열릴수도
10월10일 당 창건일에 열릴수도
북한이 ‘9월 상순’ 개최를 예고했던 제3차 ‘(노동)당 대표자회’의 ‘연기’를 둘러싼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북쪽은 상순(북쪽에선 1~10일 또는 1~15일을 의미)의 시한인 15일 당대표자회를 개막하지 않고도, 16일까지 어떤 발표나 설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이날 북쪽이 “9월7일 당대표자회를 개최한다”는 내용의 초대장을 평양에 주재하는 ‘(북한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의 대사에게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고 일본과 미국의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현재로선 당대표자회가 무산됐다기보단 연기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연기된 대표자회 개최 시점으론 노동당 창건 65돌(10월10일) 전후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많다. 어차피 ‘상순’이 명확한 시점이 아니라는 점에서 며칠 안에 당대표자회가 열릴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연기 발표가 나오지 않으면서 북쪽 내부에 뭔가 급박한 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나온다. 일부에서 연기의 직접적 사유로 거론되는 ‘수해’가 문제가 됐다면, 자연스레 ‘연기’를 발표하고 이해를 구하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2007년엔 북쪽이 수해를 이유로 남쪽에 정상회담 연기(8월→10월)를 공식 제안한 바 있다.
결국 북쪽에서 외부에 공개할 수 없었던 권력 핵심부의 이상 동향이 발생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자연스레 제기된다. 무엇보다 김정은 후계구도 구축 경로를 두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침 결정이 미뤄지고 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 대북 소식통은 “김정일 친위세력인 ‘혁명 2세대’ 사이에선 아무런 업적이 없는 김정은의 후계지위 조기 공식화는 막아야 한다는 흐름도 있다”며 “김정은의 ‘월권’에 대한 문제제기가 김 위원장에게 들어갔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누가 김정은 후계구도의 후견인이 될 것인지를 둘러싸고 최상층 권력 엘리트 사이에 갈등이 불거진 게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다른 한편에선 김 위원장의 건강이 갑자기 악화했을 가능성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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