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조로운 만남을 바라며…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에 남쪽 수석대표로 참가한 김의도 대한적십자사 남북교류실행위원(오른쪽부터)과 김성근 남북교류팀장이 17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방북하고 있다. 파주/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장소 이견탓 24일 추가협의
남북은 17일 개성 자남산여관에서 적십자 실무접촉을 열어, 10월 하순께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하자는 데 견해를 같이했다. 그러나 장소와 규모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최종 합의엔 이르지 못했다. 남북은 24일 한번 더 추가 협의를 위한 실무접촉에 나선다.
북쪽은 이날 기조발언을 통해 “10월21일에서 27일까지 금강산 지구 내에서 100명 규모의 이산가족 상봉을 하자”고 제의했다. 남쪽은 “10월19일부터 24일까지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에서 기존보다 확대된 규모로 상봉을 하자”고 제시했다. 또 남쪽은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상봉을 정례화하자”고 요구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상봉 일정은 남북이 큰 차이가 없어 어느 쪽 제안대로든 실행하면 되는 만큼 사실상 의견 조율이 이뤄진 문제”라고 말했다.
이날 합의 도출에 이르지 못한 것은 상봉 장소를 둘러싼 이견 때문이다. 북쪽은 ‘금강산 지구’라고만 장소를 제시한 반면, 남쪽은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로 구체적 장소를 못박자고 요구했다. 북쪽은 금강산 호텔 등 관광시설을 상봉 행사에 활용함으로써 금강산 관광 재개를 남쪽에 압박하겠다는 의도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남쪽은 지난 2월 면회소 몰수를 선언한 북쪽의 조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려고 면회소 명기를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쪽이 구체적 장소를 특정하지 않은 것은 단지 시설 문제가 아니라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쪽 시설을 몰수·동결한 조처와 관련된 것”이라며 “우리는 기본적으로 북쪽의 그런 조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상봉 규모와 관련해서도 남쪽은 기존 1회 100명보다 늘어난 규모로 상봉 행사를 하자고 제안한 반면, 북쪽은 금강산의 시설 등을 고려할 때 어렵다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쪽이 제기한 상봉 정례화에 대해선 북쪽이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쪽의 기조발언엔 남쪽의 대북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북쪽도 대북 지원 등은 한번이라도 상봉 행사를 한 뒤에 후속 회담 등을 통해 요구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실무접촉에는 남쪽에서 김의도 대한적십자사 실행위원(통일부 정책협력관) 등 2명이, 북쪽에서 박용일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단장 등 2명이 참여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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