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빨리 쓰러지면 장성택이 나설 가능성
군부 휘어잡기·민심 달래기도 성패가름 요소
군부 휘어잡기·민심 달래기도 성패가름 요소
김정은은 북한의 3대 통치자로 등극할 수 있을까? 전격적으로 베일을 벗은 김정은 후계구도의 ‘안착’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6년에 걸친 준비기간을 거쳐 1980년 공식 후계자가 됐다. 이후 김일성 주석이 살아있는 동안에도 그는 실질적으로 북쪽을 통치했다. 김 주석 사후엔 절대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반면에 김정은은 20여개월의 초단기 속성과정 끝에 후계자 지위를 공식화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통치자가 되기까진 여전히 숱한 곡절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가장 큰 변수는 아버지 김 위원장의 수명이다. 김 위원장은 28일 3차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총비서로 재추대되며 절대권력의 확고한 위상을 과시했다. 김 위원장이 앞으로 상당기간 건재하면 현재 북쪽의 역학 구도상 누구도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에 도전하기 어렵다. 반면에 김 위원장이 일찍 쓰러지면 지금의 후계구도는 순식간에 흔들릴 수 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29일 “김정일이 2년 안에 쓰러지면 김정은의 후견인인 장성택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후계구도가 예상을 깨고 조기에 공식화한 것도 김 위원장이 살아있는 동안 김정은의 권력기반을 최대한 갖춰주기 위해서라는 게 전문가들과 관계 당국의 대체적 분석이다.
김 위원장 통치 기간에 커질대로 커진 군부의 영향력을 어떻게 제어할 것인지도 김정은 후계구도의 성패를 가름할 요인의 하나로 평가된다. 김정은이 가장 먼저 인민군 대장 칭호를 부여받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첫 당직을 택한 것도 이를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당 조직의 개편과 세대교체를 통해 후계구도에 입김을 행사하려는 군부 원로들의 영향력을 축소·차단하고 자연스레 친위세력 중심으로 군권을 장악하려는 구도라는 것이다.
식량난과 경제난에 오래도록 시달려온 주민들의 ‘민심’도 후계구도를 위협할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화폐개혁 실패와 최근의 대규모 수해에 따른 민심이반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가 첫 단추를 꿴 후계구도 안착의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선 특히 개혁·개방 노선의 채택 여부가 관심거리다. 최대 우방인 중국마저 개혁·개방을 요구하고 있지만, 후계구도 구축을 위해선 체제안정이 최우선인 상황에서 섣불리 개혁·개방으로 정책을 바꾸기도 어렵다.
북핵 6자회담 교착과 남북관계 경색 등 꼬인 대외관계도 변수다. 신속한 후계구도 구축을 위해선 대외관계를 안정적으로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 경제난 해소를 위해서도 대외관계 개선이 절실하지만, 군부 지지 획득을 위해선 강경한 대외정책이 요구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이런 여러 변수에도 불구하고, 일단 후계구도가 김 위원장의 전폭적 후원 아래 공식 출범한 만큼 쉽게 무너지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단 후계자를 공식화해 북한의 모든 시스템이 후계체제 구축을 위해 가동되기 시작한 만큼 북한의 불안정성은 지금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정일의 건강이 급속히 나빠지면 후계자를 둘러싼 권력투쟁이 불거질 개연성도 있지만 북한의 엘리트들은 대부분 김정일·김정은 부자와 운명공동체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쿠데타 같은 급변사태로 비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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