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문가 “독자적 보폭 넓히며 업적쌓기 할것”
마이니치신문 “외국언론 18곳 95명 열병식 취재”
마이니치신문 “외국언론 18곳 95명 열병식 취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후계구도 공식화 절차가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그는 10일 당 창건 65돌 경축 열병식 주석단에 섰고, 북한은 이를 외부세계에 공개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북한 외무성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열병식 취재에 나선 외국 미디어는 18개 회사이고, 인원은 95명이라고 11일 보도했다.
김정은 부위원장은 10일 군 최고사령관인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나란히 서서 리영호 총참모장의 열병신고를 받았다. 신고를 마친 리 총참모장이 아버지와 그 사이에 자리를 잡으며 한 칸 옆으로 물러서긴 했지만, 사실상 아버지에 이은 2인자로 열병신고를 받는 광경을 연출한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11일 “부자가 나란히 열병 신고를 받음으로써 9월27일 ‘인민군 대장’ 칭호를 받은 이후 만 13일간 진행돼온 후계 공식화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열병식 참관을 계기로 김정은 후계구도 구축에 더욱 속도가 붙으며 새로운 단계로 나아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에 동행하는 수준을 넘어 당·군·정 전반에서 독자적인 보폭을 넓혀가고 단독 중국 방문 등으로 대외 활동 수위도 높여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조봉현 기업은행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재 유학생 그룹을 중심으로 형성된 김정은의 친위세력이 군사 분야뿐 아니라 당과 내각에도 다수 포진돼 있다”며 “앞으로 경제 등 내치 쪽에서도 김정은의 업적쌓기를 위한 정책들이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계 공식화 과정에서 앞으로 눈여겨볼 지점은 그가 언제쯤 후계자의 공식 칭호를 받게 될 것인가이다. 김 부위원장은 군사 분야 2인자의 직책을 갖고 있지만, 아직 후계자로서 공인된 칭호를 부여받진 않은 상태다. 아버지 김 위원장은 1980년 6차 당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과 중앙군사위 위원에 선임되면서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김일성 주석은 사실상 ‘상왕’으로 물러서고, 김 위원장이 당과 국가 업무 전반을 관장하는 통치자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견줘 김 부위원장은 실질적 후계자로 인정받고 있지만, 공인됐다고 보긴 어려운 상태다.
북한 정보에 정통한 한 대북 소식통은 “당장 후계자 칭호를 부여하기엔 주민들이 인정할 만한 뚜렷한 업적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북한이 2012년 ‘강성대국 달성’을 주요한 분기점으로 제시하고 있는 만큼, 그때까지 치적을 쌓아 명실상부한 ‘차기 통치자’로 공인하려는 구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후계자 공인 시점이 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상태에 따라선, 일찌감치 내년 김일성 주석 생일(4월15일) 등의 시점을 잡아 후계자 칭호를 부여한 뒤 후계자로서 업적과 통치 경험을 쌓게 하는 경로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손원제 기자, 도쿄/정남구 특파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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