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항 기다리는 ‘남북협력기금 쌀’ 이명박 정부 들어 처음으로 남북협력기금을 재원으로 마련한 대북 수해 지원 쌀 5000t을 실은 배가 25일 오후 전북 군산항 5부두에서 출항하기에 앞서 유종하 대한적십자사 총재(앞줄 가운데 안경 쓴 이)와 통일부 관계자 등의 환송을 받고 있다. 출항식 뒤 갑작스런 기상악화로 이날 예정됐던 출항은 미뤄졌다. 통일부는 날씨를 봐가며 출항일정을 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선적된 쌀은 중국 단둥항을 거쳐 육로로 북한 신의주 지역에 전달된다. 쌀과 함께 북쪽에 전달될 컵라면 300만개는 이날 예정대로 인천항을 떠났다. 군산/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오늘부터 적십자 회담
26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개성 자남산 여관에서 열리는 남북 적십자회담은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가 핵심 의제다. 남북은 지난 1일 열린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상봉 정례화를 포함한 인도주의 문제’를 이번 회담 의제로 합의한 바 있다. 이 문제에 합의를 보면 남북관계는 기존의 경색 국면을 돌파할 동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 상봉 정례화 합의를 끌어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상봉 정례화를 바라보는 시각차가 커서다. 북쪽은 기본적으로 상봉 정례화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25일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확대될 경우 내부 사상 통제 등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는 것 같다”며 “이에 더해 실제 이산가족을 찾는 행정 시스템이 미비하다는 실무적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남쪽은 두번째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2007년 11월 열린 적십자회담에서 매달 남북 각 100가족씩 대면상봉을 하는 정례화 방안을 제안했다. 반면에 북쪽은 내부 여건 등을 들어 분기별 한차례 이상은 어렵다고 주장해,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북쪽이 상봉 정례화를 금강산 관광 재개와 연계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강산 관광지구 내 이산가족 면회소를 이용한 상봉 정례화를 제시하며 금강산 관광이 먼저 재개돼야 한다고 조건을 달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남쪽은 상봉 정례화와 금강산 관광은 완전히 별개의 사안으로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의 전제조건이 될 수 없다는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합의 도출이 매우 어려운 회담”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상봉 정례화에 일정한 진전을 이루려면, 남과 북이 서로 한발씩 물러서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쪽은 기존의 분기별 1차례보다 많은 상봉기회를 보장하고, 남쪽은 금강산 관광 재개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적어도 인도적 대북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정도의 인센티브를 약속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주고받기’를 통해 이산가족 문제의 해결에 한발짝 다가서는 접근법이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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