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자료사진
국정원장 천기누설? 청와대 당황
정권 임기말·김정일 건강 고려땐 내년 적기
청와대 일부서도 “뭔가 해야하지 않겠나”
정권 임기말·김정일 건강 고려땐 내년 적기
청와대 일부서도 “뭔가 해야하지 않겠나”
남북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금강산(관광) 사업 등과 같은 실무적·개별적 수준의 해법으로는 남북관계의 변화가 어렵다”며 “보다 큰 틀의 시도가 필요하다”는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의 발언이 이를 촉발했다. 원 국정원장은 28일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 국정감사에서 ‘남북정상회담은 물건너간 것이냐’는 박영선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원 원장의 언급이 정상회담을 위한 정부 차원의 움직임을 시인한 ‘천기누설’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29일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특별한 움직임이 없는 걸로 안다”며 “원 원장의 발언은 원론적인 얘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도 이날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보도가 당황스러웠다”며 “(기존) 방침에 변화가 없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정원이 과거 두차례 남북정상회담을 모두 물밑에서 조율했던 핵심 당국이란 점에서 그가 말한 ‘큰 틀의 시도’는 곧 정상회담을 뜻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의 움직임은 아니더라도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인정한 만큼 그를 위한 물밑 작업을 예고한 것으로는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에 대한 정권 내부의 공감대는 지속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북-중의 밀착과 북-미 사이의 대화 필요성이 꾸준히 나오는 상황에서 남북관계만 홀로 경색국면을 유지하다간 국제정세의 변화에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정부 안에서도 나온다. 또, 이대로 가다가는 자칫 이명박 정부 임기 내내 남북관계가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며, 그 경우 차기 총선과 대선에 불리하다는 정치적 판단도 여권 내부에 적지 않다. 금강산 관광 재개와 천안함 해결 등 꼬인 현안을 풀려면 결국 남북 최고지도자가 나서야 한다는 인식도 높아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싱가포르 대북접촉에 나섰던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출신인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이명박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보좌하게 된 인적 변화는 주목할 대목이다.
임기말 열린 정상회담 합의가 정권교체로 물거품이 된 참여정부의 경험에 비춰,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수 있는 시기는 늦어도 내년 말까지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청와대 안팎에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할 때 내년 상반기가 적기라는 관측들이 나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어느 지도자가 남북관계를 이런 상태로 끝내고 싶겠느냐”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연말 이후에는 뭔가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의 성사까진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은 “남북정상회담의 정치적 필요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실제 성사를 위해선 무엇보다 ‘천안함’에 대한 조율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북쪽이 천안함 침몰과 무관하다고 강조하는 자세를 바꾸거나, 남쪽이 천안함 문제가 해결돼야 정상회담을 열 수 있다는 연계 방침에서 한발짝 물러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북쪽이 요청한 쌀 50만t과 비료 30만t 지원을 정상회담으로 나아가는 협상 고리로 삼아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이를 위해선 청와대와 국정원의 물밑 조율에 더해 통일부 등 일선 부처의 적극적인 협상의지가 요구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말 이후 통일부와 국방부 장관을 포함한 외교·안보라인 개편 여부가 남북관계 전환과 정상회담 추진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손원제 기자, 하노이/황준범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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