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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너를 만나려 이리 오래 살았나보다”

등록 2010-10-31 19:16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 참가자 중 최고령인 남쪽의 김례정 (96·왼쪽)씨가 지난달 30일 오후 금강산면회소에서 북쪽에 사는 딸 우정혜(71)씨를 만나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끌어안고 있다. 우정혜씨는 우원식 민주당 전 의원의 누나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 참가자 중 최고령인 남쪽의 김례정 (96·왼쪽)씨가 지난달 30일 오후 금강산면회소에서 북쪽에 사는 딸 우정혜(71)씨를 만나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끌어안고 있다. 우정혜씨는 우원식 민주당 전 의원의 누나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96살 어머니·71살 딸 ‘60년만의 포옹’
‘전사자’ 처리됐던 국군출신 4명 가족 만나
“너를 어떻게…. 꿈에만 보던 너를 어떻게….” 96살의 노모 김례정씨는 북쪽의 딸 우정혜(71)씨를 만난 것이 꿈인양 잘 믿기지 않는 듯 보였다. 김씨는 30일부터 금강산에서 시작된 2010년 추석 계기 남북 이산가족 1진 상봉행사에서 60년 만에 딸을 가슴에 안았다.

그는 30일 첫 상봉행사 직전까지도 “딸을 만나게 돼 좋기만 하다”며 연방 웃음을 보였다. 막상 딸이 눈앞에 나타나자, 할 말을 잊은 채 눈물범벅인 딸의 주름진 얼굴만 어루만졌다. “저는 잘 있습니다.” 딸 정혜씨는 모진 세월 속에 쪼그라든 어머니를 품에 안았다가, 가족사진과 훈·포장 20여개를 꺼내 보여주며 연안군 직매점의 현역 지배인으로 아직도 활동하고 있다고 근황을 소개했다. 김씨는 “이 아이를 만나려고 내가 지금까지 오래 살았나 보다”며 “어쨌든 큰 어려움 없이 살아온 것 같아 다행”이라고 잠시 안도했다. 김씨는 1진 상봉행사에서 남북을 통틀어 최고령자로, 휠체어를 타고 금강산을 찾았다.

딸 정혜씨는 6·25전쟁 당시 서울이 인민군에 점령되자, 오빠 영식씨와 함께 할아버지가 계시던 황해도 연백으로 피신했다. 그러다 1·4후퇴 때 오빠와 남자 친척들이 “금방 다녀오겠다”며 정혜씨만 할아버지댁에 남기고 떠난 뒤로 가족들과 다시 만나지 못했다. 정혜씨의 동생인 우원식 전 민주당 의원 등 남쪽 가족들은 15년 전부터 상봉 신청을 해놓고 애타게 기다린 끝에 이번에 기회를 잡았다. 정혜씨는 또 다른 딸 덕혜(69)씨가 북에 생존해 있다는 소식도 어머니께 알렸다.

북쪽의 1진 상봉신청자 97명 가운데는 국군 출신도 4명이나 포함됐다. 이들은 6·25전쟁에 참전해 전사자로 처리됐다가 이번 상봉행사를 앞두고 극적으로 생존 사실이 확인됐다. 이들 가운데 북쪽 최고령자 리종렬(90)씨는 전쟁 통에 입대하면서 생후 100일의 갓난아기 때 헤어진 아들 민관(61)씨를 만났다. 리씨는 30일 첫 만남에서 북받치는 감정에 10여분간 연신 눈물만 쏟아내다 “민관아, 너를, 네 어머니, 우리 가족을 지난 60년간 하루도 잊어본 적 없다”며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역시 국군 출신인 리원직(77)씨는 남쪽 누나 운조(83)씨와 동생 원술(72)·원학·원탁씨로부터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다는 얘기에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스무살 때 군대에 갔다가 전사자로 통보된 윤태영(79)씨는 남쪽 동생 4명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며 얼굴을 확인하다가 막내가 세상을 떠났다고 하자 몹시 애통해했다. 면사무소 사환으로 일하다 국군에 자원입대했다는 방영원(81)씨도 형수 이이순(88)씨를 만나 돌아가신 어머니와 형의 소식을 듣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들 국군 출신 4명은 국방부 병적기록부에는 ‘전사자’로 올라 있지만, 국군포로 추정자 500여명의 명단에는 들어있지 않다. 북쪽은 국군 출신들을 국군포로가 아닌 ‘전향자’로 간주하고 있다.

1진 상봉행사에 참여한 남북 97가족 533명(남쪽 상봉단 436명)은 30일 단체상봉과 공동만찬, 31일 개별상봉과 단체상봉을 한 데 이어 11월1일 오전 작별상봉 뒤 다시 기약없는 이별을 한다. 11월3~5일엔 남쪽 상봉 신청자 96명이 금강산에서 북쪽 가족 207명을 만난다. 금강산/ 공동취재단,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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