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원전수주뒤 UAE 군당국자 14번 방한
김태영 국방 “수주 당시 UAE서 먼저 제안”
야권 “국군 끼워팔기…위헌적 파병 철회를”
김태영 국방 “수주 당시 UAE서 먼저 제안”
야권 “국군 끼워팔기…위헌적 파병 철회를”
김태영 국방장관은 4일, 지난해 1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자력발전소 공사 수주 과정에서 한국군 파병 문제가 처음 제기됐으며, 1년가량 양국 협의를 거쳐 특전사 병력 130명을 파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아랍에미리트 군 당국과 1년가량 파병 관련 협의를 해왔으면서도, 그동안 파병설을 줄곧 강하게 부인해왔다. 국회 동의 과정에서 야당의 파병 반대와 맞물려 ‘밀실 결정’ 논란이 일 전망이다.
김태영 장관은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파병은 원전 수주 당시 아랍에미리트가 먼저 꺼냈다”며 “우리는 ‘노력해보겠다’는 원론적 수준에서 대응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파병은 국회 통과 문제도 있고, (원전 수주를 위한 파병이라며) 국내에서 논란이 예상됐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장광일 국방부 정책실장도 “원전 수주 과정에서 아랍에미리트가 한국군 파병과 양국간 연합훈련 등 다양한 형식의 군사협력을 요구했고, 당시에 이행이 용이한 것부터 시행하고 부대 파병은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양국간 파병 논의는 지난해 12월 원전 수주 뒤 본격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 수주 이후 아랍에미리트에서 군 당국자가 방한한 횟수만 지금껏 14차례나 된다. 특히 올 2월 아랍에미리트 총참모장 알 루마이틴 중장에 이어 5월에는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왕세자가 방한해 특전사를 방문한 뒤 특전사 병력 파병으로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영 장관은 “지난 8월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했을 때 왕세자가 ‘우리 특전사를 한국 특전사가 와서 키워달라’고 요청했다”며 “파병은 원전 수주과정에서도 거론됐으나 8월에 왕세자가 ‘파병을 본격 추진했으면 좋겠다’고 요청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는 ‘파병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이춘석 민주당 대변인은 “정부가 그동안 파병약속이 있었다는 의혹을 적극 부인하더니, 원전 착공 두달을 앞두고 파병을 자인하는 건 너무 얄팍하다”며 “언제부터 국군이 수출에 끼워 파는 품목이 됐나. 평화 목적 이외에 어떠한 파병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도 “이번 파병은 원전 수주를 위한 패키지 파병으로, 위헌적인 군 병력 전용”이라며 “국방부는 중동평화와 우리 국민의 안전에도 이롭지 못한 이번 파병을 포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참여연대와 사회진보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어 ‘이유도 근거도 없는 비분쟁지역 파병계획을 철회하고 원전수출과 파병 밀약이 있었는지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외교안보분야 전직 고위 인사는 “아랍권은 외국군대의 주둔을 아주 싫어한다”며 “정부의 파병 방침은 아랍권에서 한국의 평화국가 이미지를 훼손하고 자칫 적대감을 고취해 국익을 해칠 수밖에 없는 위험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권혁철 송호진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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