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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마음으로 부른 ‘여보’, 눈물로 부른 ‘아버지’

등록 2010-11-04 20:53수정 2010-11-05 10:51

남북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참가한 북쪽의 류영일(왼쪽)씨가 4일 낮 금강산호텔에서 남쪽에서 온 아버지 유해찬씨의 입에 음식을 넣어드리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남북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참가한 북쪽의 류영일(왼쪽)씨가 4일 낮 금강산호텔에서 남쪽에서 온 아버지 유해찬씨의 입에 음식을 넣어드리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이산가족 2차 상봉 2일차
남쪽 남편, 아파 못나온 아내 사진 만지며…
북쪽 딸, 남쪽 이복동생 클라리넷 연주 들으며…
한자옥(83)씨는 4일 북쪽의 딸 순희(59)씨에게 꽃무늬 가방에 담은 과자를 선물했다. 2010년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행사 2차 상봉 이틀째인 이날 금강산 호텔에서 열린 개별상봉에서다. “평생 딸에게 과자 한번 못 사준 게 마음에 걸렸어. 내일(5일) 상봉행사를 마치고 평양으로 가는 길에 먹을 수 있으면 좋겠어.”

한씨는 1950년 인민군에 동원돼 임신중이던 북쪽 아내 박정심(79)씨와 생이별을 했다. 한씨는 이후 포로가 됐다가 다시 국군에 입대했다. 홀로 딸 순희씨를 낳아 키운 아내는 심장이 좋지 않아 상봉행사에 나오지 못했다. 한씨는 대신 딸이 가져온 사진 속의 아내를 말없이 손으로 어루만져야 했다. “딸을 봐서 어느 정도 한이 풀렸지만, 아내를 못 봐 아직 응어리가 남아 있네.” 한씨가 다시 한번 눈시울을 붉혔다.

“너희들 고생시켜 너무 미안하다. 조금만 있다가 데려가려 했는데….” 북쪽의 3남매를 한꺼번에 만난 노중준(92)씨는 개별상봉에서 아내와 자녀들을 남기고 홀로 월남하게 된 사연을 털어놨다. 북의 3남매는 그동안 참아온 눈물을 터뜨렸다. 평남 용강에서 치과의사를 하던 노씨는 온가족을 데리고 남으로 피란을 떠났다. 황해도의 한 강을 건너는 과정에서 먼저 건너가 상황을 살핀 뒤 아내와 아이들을 데려가려 했지만, 다시는 그 강을 건너지 못했다. 노씨는 이날 의약품과 식료품, 손목시계, 옷가지 등을 가득 채운 30㎏짜리 여행용 가방 3개를 준비해 3남매에게 하나씩 건넸다. 북쪽 가족들도 백두산 들쭉술, 꽃병 등이 담긴 선물가방을 아버지께 전했다.

북쪽 딸과 외손자를 만난 김승은(92)씨는 개별상봉에서 동행한 남쪽 아들 덕주(34)씨가 연주하는 ‘알로하오에’의 클라리넷 선율을 들으며 한동안 목이 메었다. 그가 혼자 남쪽으로 피란 가기 전 북의 아내와 함께 딸에게 자주 들려주던 노래다. 당시 세살배기였던 딸 성숙(63)씨도 이복동생의 연주에 맞춰 노래를 따라불렀다. 성숙씨는 “올 2월에 돌아가신 어머니 대신 제가 왔다”며 “태어나서 처음 ‘아버지’라고 외칠 수 있어 기쁘다”며 눈물지었다.

‘2차 상봉’에 나선 남쪽 가족 94명(동반가족 43명 별도)과 북쪽 가족 203명은 이날 오전 개별상봉에 이어 공동중식과 오후 단체상봉을 했다. 이들은 5일 오전 1시간의 ‘작별상봉’을 끝으로 짧은 재회 뒤 기약 없는 이별을 맞는다.

금강산/공동취재단,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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