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전야 제주서 고속정 침몰…군인 1명 사망·2명 실종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막 전날인 10일 밤 해군 고속정 1척이 제주항 앞바다에서 어선과 충돌해 침몰해, 장병 1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군 당국은 지난달 27일부터 G20 정상회의 폐막 다음날인 13일까지 최고 수준의 군사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해군은 11일 “10일 밤 10시50분께 제주항 서북쪽 5.4마일(9.72㎞) 해상에서 해군 3함대 소속의 고속정 1척(참수리 295호)이 야간 경비임무 뒤 복귀 중 부산 선적 어선 우양호(270t)와 충돌하여 11일 새벽 1시24분께 침몰했다”고 말했다. 충돌 사고로 고속정 승조원 30명 중 28명은 다른 고속정이 구조했으나, 중상을 입은 노가빈 일병은 후송된 제주 한라병원에서 숨졌다. 하태삼 하사와 홍창민 이병은 충돌 사고 직후 실종됐다.
선장 김아무개(48)씨를 포함해 10명이 탄 우양호는 선수 부분이 긁혔을 뿐 인명 피해는 없었다.
사고가 난 당시 파고 3m에 달빛이 없어 날씨가 나빴지만, 레이더가 장치돼 있는 고속정이 어선의 접근을 전혀 모른 채 충돌 사고를 당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해군 당국자는 이날 “고속정 레이더로 어선 움직임이 파악되지만 사고 당시 인근에 약 100여척의 조업 어선이 군집해 있었기 때문에 충돌한 어선이 오는 것을 정확히 확인하는 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사고 경위를 놓고도 어선과 고속정의 진술이 엇갈린다. 해군 당국자는 “우양호 선수 밑에 있는 돌출된 부분이 고속정의 함수 좌현(왼쪽) 1~2m 후방을 충격하여 선체에 파공(구멍)이 생기고 침수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경 관계자는 “우양호 선장 김씨는 ‘고속정이 갑자기 옆에서 와서 어선 선수(뱃머리) 쪽으로 받았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사고 뒤 해군은 독도함, 구축함과 고속정, 기뢰탐색함 헬기 등을 투입해 실종자 구조 및 탐색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사고 해역의 깊이가 120m이고 파고가 높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권혁철 허호준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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