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보트 전복 3명 사망
도하훈련중…1명은 중태
‘4대강 사업’ 공사현장인 경기 여주군 남한강 이포대교 근처에서 도하훈련을 하던 육군 5군단 예하 공병여단 소속 고무보트가 강물에 뒤집혀 장병 3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졌다.
지난 10일 해군 고속정 침몰(1명 사망, 2명 실종)과 12일 공군 RF-4C 정찰기 추락(조종사 2명 사망)에 이어 일주일 새 세번째 군이 관련된 사고다.
육군 관계자는 17일 “이날 오후 4시께 여주군 대신면 이포대교 근처에서 22일부터 시작하는 호국 훈련에 대비해 도하훈련을 하던 육군 보트가 물살에 뒤집혀 탑승한 장병 8명이 물에 빠졌다”며 “4대강 이포보 공사현장의 노동자들이 떠내려오던 병사들을 구조해 응급조처를 한 뒤 인근 여주 고려병원 등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병원에 옮겨진 장병 가운데 중대장인 강인구(28) 대위, 박현수(21) 상병, 이상훈(20) 일병 등 3명은 숨졌으며, 의식불명 상태인 신종헌(22) 하사는 큰 의료시설이 있는 원주기독병원으로 다시 이송됐다. 군 관계자는 “나머지 탑승자 4명은 의식이 있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육군 관계자는 “사고 당시 모터가 달린 군 고무보트 2대가 이포대교 근처를 오가며 수심과 수중 장애물을 확인하는 등 다음주 있을 도하훈련 예행정찰을 하다, 보트 1대가 뒤집혔다”며 “헌병 등 사고조사반이 현장에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포대교 일대의 남한강 폭은 800여m 정도인데, 이 가운데 물이 흐르는 곳은 500여m이고 현재는 이포보 설치 공사로 강폭의 80%가량이 막혀 있어 이포대교에서 이포보 쪽으로는 심한 소용돌이가 일고 있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이포대교 주변에 사는 한 주민은 “사고 난 지점은 해마다 훈련을 하는 곳이라 군에서 바닥 지형이나 물살의 흐름을 잘 읽고 있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이런 참변이 일어난 것은 대대적인 준설과 보 설치 등 4대강 사업으로 강 바닥 지형이 크게 변한 것을 몰랐거나 물살이 세진 것을 알고도 무리한 훈련을 했기 때문이 아니냐”고 의문을 던졌다.
이항진 여주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은 “군 발표대로 훈련중인 장병들이 구명조끼까지 입고 있었는데도 변을 당했다면 이 일대 유속이 얼마나 빠른지를 반증하는 것”이라며 “자연을 극심하게 훼손하는 4대강 사업의 영향으로 남한강물이 예측 가능한 영역을 벗어나 젊은 청년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 아니냐”고 안타까워했다.
권혁철 기자, 여주/김기성 기자 nura@hani.co.kr
권혁철 기자, 여주/김기성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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