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사일 등 사정권 벗어난 곳서 훈련
북한의 실제 군사대응 가능성은 낮을듯
북한의 실제 군사대응 가능성은 낮을듯
북한이 보복 타격을 공언한 서해상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미국 조지워싱턴호 항모강습단 등이 참여한 가운데 28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열린다.
한-미 양국은 이번 훈련이 통상적인 훈련이자 방어 훈련이라고 설명하지만, 훈련 해역을 처음으로 서해 중부로 끌어올리는 등 대북 무력시위 성격을 크게 강화했다. 군 관계자는 26일 “과거에도 미 항모가 서해 쪽으로 온 적은 있는데, 그때는 남서해였다”며 “이번 훈련처럼 항모강습단이 충남 격렬비열도 인근 해역까지 올라오는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주목하고 있는 핵항모 조지워싱턴호는 훈련 기간에 전남 이남 공해상에 머무를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양국 군은 훈련 해역도 경기 평택 이남으로 한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북한 황해도 해안 기지에 배치된 사거리 83~95㎞인 샘릿, 실크웜 지대함 미사일, 사거리 46㎞의 대함 스틱스미사일이 닿지 않는 해역에서 훈련을 하겠다는 것이다.
훈련이 이런 방식으로 진행되면 북한의 이른바 ‘보복 타격’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군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북한 지대함 미사일은 사정거리가 미치지 않고, 전투기는 첨단 탐지장비를 갖춘 항모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훈련의 항모강습단엔 순양함 카우펜스함(9600t급), 9750t급 이지스 구축함인 샤일로함과 스테덤함, 피츠제럴드함 등이 참가한다. 이지스 구축함 한척은 평양 등 북한 핵심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100여기로 무장하고 있다.
항모가 싣고 다니는 공중조기경보기(E-2C)는 ‘하늘에 떠 있는 레이더 기지’로 불리며, 멀리 있는 적기와 지상의 상황을 탐지·분석한다. 조지워싱턴호는 전폭기인 슈퍼호닛(F/A-18E/F)과 호닛(F/A-18A/C) 등 항공기 80여대를 싣고 다닌다. 한국 쪽에선 한국형 구축함(KDX-II) 2척, 초계함, 호위함, 군수지원함, 대잠초계기 등이 훈련에 참여한다. 군 관계자는 “훈련 구역이 북방한계선(NLL) 근처는 아니지만, 항공강습 및 대공방어와 수상전 수행능력을 중점적으로 연습한다”며 “조지워싱턴호가 참여했던 지난 7월 동해 한-미 연합훈련(불굴의 의지)보다는 강화된 훈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원자력추진 잠수함은 참여하지 않지만, 한국 잠수함이 가상 적 구실을 맡아 대잠 훈련도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훈련 장소가 북방한계선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라, 백령도·연평도 등 서해5도에 주둔한 해병대는 이번 훈련에 참여하지 않는다. 해병대는 서해 한-미 연합훈련 첫날인 28일 충남 만리포에서 호국 훈련의 일환으로 연대급 상륙 훈련을 한다. 한-미 양국은 이번 훈련을 방어적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군사 전문 월간 <디앤디포커스>의 김종대 편집장은 “항모강습단의 구성·작전범위·화력 등을 감안할 때 공격형·방어형의 구분은 무의미하다”며 “방어훈련이란 건 정치적 수사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26일 ‘대변인 성명’을 내어 한-미 양국의 서해 연합훈련 등을 거론하며 “북남관계는 전쟁전야의 험악한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곤 “대결에는 대결로, 전쟁에는 전쟁으로 맞받아나가는 것이 우리의 기질”이라며 “말로 경고하던 때는 지나갔다”고 강조했다. 북쪽은 호언장담한 대로 28일부터 시작되는 한-미 연합해상훈련에 군사적 대응을 할까? 전문가들과 정부 관계자들은 북쪽이 한-미 양국과 군사적 정면충돌을 각오하지 않는 한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역사적 선례가 참고가 될 수 있다. 북쪽의 1968년 미국 푸에블로호 나포와 1976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미군 도끼살해 사건 직후 한-미가 대규모 대북 무력시위를 한 적이 있다. 그때 북쪽은 아무런 군사적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북쪽이 군사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개성·금강산 지역 남쪽 인원의 신변 안전 여부다. 북쪽은 지난해 3월 ‘키 리졸브’ 한-미 연합군사연습을 빌미로 개성·금강산 지역 남쪽 인원의 통행을 차단한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또한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망이 상대적으로 많다. 북쪽이 개성공단을 묶는다면 현재의 남북관계에 비춰 다시 풀기가 어려운 사정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은 “북한은 중국과 공조해 대처하려 할 것”이라며 “(한-미 군사훈련에) 행동보다는 말로 대응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말했다. 북-중 양국이 당장은 아니라도 한-미 군사훈련에 대응하는 군사훈련을 벌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연합사령관 연평도 방문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앞줄 가운데)과 한국군 지휘관들이 26일 오전 연평도 북한 포격 피해 현장을 둘러보며 이야기하고 있다. 연평도/공동취재
항모가 싣고 다니는 공중조기경보기(E-2C)는 ‘하늘에 떠 있는 레이더 기지’로 불리며, 멀리 있는 적기와 지상의 상황을 탐지·분석한다. 조지워싱턴호는 전폭기인 슈퍼호닛(F/A-18E/F)과 호닛(F/A-18A/C) 등 항공기 80여대를 싣고 다닌다. 한국 쪽에선 한국형 구축함(KDX-II) 2척, 초계함, 호위함, 군수지원함, 대잠초계기 등이 훈련에 참여한다. 군 관계자는 “훈련 구역이 북방한계선(NLL) 근처는 아니지만, 항공강습 및 대공방어와 수상전 수행능력을 중점적으로 연습한다”며 “조지워싱턴호가 참여했던 지난 7월 동해 한-미 연합훈련(불굴의 의지)보다는 강화된 훈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원자력추진 잠수함은 참여하지 않지만, 한국 잠수함이 가상 적 구실을 맡아 대잠 훈련도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훈련 장소가 북방한계선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라, 백령도·연평도 등 서해5도에 주둔한 해병대는 이번 훈련에 참여하지 않는다. 해병대는 서해 한-미 연합훈련 첫날인 28일 충남 만리포에서 호국 훈련의 일환으로 연대급 상륙 훈련을 한다. 한-미 양국은 이번 훈련을 방어적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군사 전문 월간 <디앤디포커스>의 김종대 편집장은 “항모강습단의 구성·작전범위·화력 등을 감안할 때 공격형·방어형의 구분은 무의미하다”며 “방어훈련이란 건 정치적 수사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26일 ‘대변인 성명’을 내어 한-미 양국의 서해 연합훈련 등을 거론하며 “북남관계는 전쟁전야의 험악한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곤 “대결에는 대결로, 전쟁에는 전쟁으로 맞받아나가는 것이 우리의 기질”이라며 “말로 경고하던 때는 지나갔다”고 강조했다. 북쪽은 호언장담한 대로 28일부터 시작되는 한-미 연합해상훈련에 군사적 대응을 할까? 전문가들과 정부 관계자들은 북쪽이 한-미 양국과 군사적 정면충돌을 각오하지 않는 한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역사적 선례가 참고가 될 수 있다. 북쪽의 1968년 미국 푸에블로호 나포와 1976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미군 도끼살해 사건 직후 한-미가 대규모 대북 무력시위를 한 적이 있다. 그때 북쪽은 아무런 군사적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북쪽이 군사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개성·금강산 지역 남쪽 인원의 신변 안전 여부다. 북쪽은 지난해 3월 ‘키 리졸브’ 한-미 연합군사연습을 빌미로 개성·금강산 지역 남쪽 인원의 통행을 차단한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또한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망이 상대적으로 많다. 북쪽이 개성공단을 묶는다면 현재의 남북관계에 비춰 다시 풀기가 어려운 사정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은 “북한은 중국과 공조해 대처하려 할 것”이라며 “(한-미 군사훈련에) 행동보다는 말로 대응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말했다. 북-중 양국이 당장은 아니라도 한-미 군사훈련에 대응하는 군사훈련을 벌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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