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진지 주변 민간인 배치…인간방패”
“남쪽 포탄, 민가 주변 떨어져” 주장도
통일부 “전혀 유감표명으로 해석 안돼”
“남쪽 포탄, 민가 주변 떨어져” 주장도
통일부 “전혀 유감표명으로 해석 안돼”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한 지 나흘 만인 27일 오후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연평도 포격에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 사실이라면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북쪽 매체가 ‘연평도 포격’과 관련해 민간인 피해 문제를 언급하고 가정적이나마 ‘유감’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논평은 곧바로 “그 책임은 이번 도발을 준비하면서 포 진지 주변과 군사시설 안에 민간인들을 배치해 인간방패를 형성한 적들의 비인간적인 처사에 있다”며 책임을 남쪽에 돌렸다.
통신은 27일 ‘군사적 충돌을 초래한 장본인은 누구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이렇게 주장한 뒤, “적들은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가장 예민한 분쟁지역에서 포 실탄 사격을 감행하여 우리의 영해와 영토를 침범했다”며 “우리의 대응타격은 적들의 무모한 군사적 도발에 대한 단호하고 응당한 징벌”이라고 연평도 포격이 정당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논평은 또 “사건 당시 적측의 포탄들은 우리의 포 진지에서 멀리 떨어진 민가 주변에까지 무차별적으로 날아와 떨어졌다”고 주장했으나, 북쪽의 피해를 더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논평은 이어 28일부터 서해에서 실시되는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미국은 남조선 괴뢰들을 사촉(사주)하여 연평도에서 군사적 충돌을 야기시키고 그것을 기화로 지금까지 세번씩이나 발표했다가 취소하지 않을 수 없었던 핵항공모함의 서해 진입을 기어코 성사시켜 보려고 미리부터 획책했던 것”이라며 “미국이 끝끝내 항공모함을 조선 서해에 진입시키는 경우 그 후과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고 위협했다.
북쪽이 책임있는 당국이 아닌 관영 통신을 통해 포격 4일 만에 민간인 피해에 한정해 가정적으로 ‘유감’을 표명한 것은 민간인까지 희생된 이번 무차별 포격에 대한 남쪽과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 여론을 의식한 대외용 반응으로 풀이된다. 일단 격이 떨어지는 비공식적인 매체 ‘논평’ 형식의 발표로 여론의 동향을 떠본 뒤 당국 차원으로 격을 높여 추가적 반응을 내놓을지를 검토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28일 “북쪽 당국의 발표도 아니고, 우리에게 책임을 돌리는 논리를 펴는 과정에서 가정적으로 유감을 언급한 데 불과하다”며 일축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발사한 포탄의 상당수는 민간인 거주지역에 떨어졌고 살상력을 강화한 고폭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유감 표명의 진정성이 없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도 “논평의 대부분은 우리와 미국에 사건의 책임을 돌리고 한-미 연합 서해 훈련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전혀 ‘유감’ 표명으로 해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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