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외교문서 폭로] 문서에 드러난 MB정부 외교라인 대북인식
‘김정일 사후 몇년안 붕괴’ 근거해 제재·무시 일관
미 외교관 “MB, 끝까지 남북관계 동결태세”
급변사태 대비만…“현실 외면한 안이한 태도”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 분야 고위 당국자들이 ‘북한이 조기에 붕괴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그동안 압박과 봉쇄 위주의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 조기 붕괴론’에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 내부고발 전문 사이트인 위키리크스가 지난 30일 공개한 미국 외교전문을 보면,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지난 7월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만나 “김정일(북한 국방위원장)이 2015년 이후까지 수명을 유지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북한이 갑작스레 붕괴할 경우 한·미 양국은 “한반도 통일을 향해 빠르게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도 외교부 2차관으로 있던 지난 2월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와의 오찬에서 “북한은 이미 경제적으로 붕괴하고 있고,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하면 2~3년 내에 정치적으로 붕괴할 것”이라며 “중국도 김정일 사후 북한 붕괴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으로 있던 지난 2월 캠벨 차관보에게 “화폐개혁 이후 북한 사회에서 강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고, 북한 내부 사정은 점차 불안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과 그로 인한 북한 체제의 조기 붕괴 가능성에 대한 이명박 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높은 기대는 그대로 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로 표현돼 왔다. 미국 국무부 한 외교관이 청와대 소식통을 인용해 작성한 전문에는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의 압력에 굴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필요하다면 임기를 마칠 때까지 남북관계를 동결 상태로 둘 준비가 돼있다”고 나온다. 북한 조기 붕괴론은 김일성 북한 주석 사망 뒤 1990년대 중·후반 김영삼 정부의 강경 일변도 대북정책을 관통했던 논리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금 정부도 가까운 미래에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대비계획만 수립하고, 점증하는 즉각적인 위협에 대해서는 충분히 대처하지 않는 안이한 태도를 취함으로써 마침내 연평도가 공격당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대북관이 미국의 ‘분할 통일’ 구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참여정부 청와대 통일안보전략비서관을 지낸 박선원 미 브루킹스연구소 초빙연구원은 30일 외교전문 공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0월 중순 워싱턴에서 만난 (미국) 고위관계자가 ‘김정일 정권이 곧 망할 텐데, 한국이 북한을 다 접수하면 중국이 싫어할 테니 (신의주나 나진·선봉 등 북한 땅 일부를) 좀 떼줘야 한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박 초빙연구원은 “신라가 삼국 통일한다며 고구려 절반 이상을 당나라에 떼준 게 떠오른다”며 “한국 관리들이 미국과 비밀대화에서 파란불을 켜줬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아, 도대체 이게 뭐냐!!”라고 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미 외교관 “MB, 끝까지 남북관계 동결태세”
급변사태 대비만…“현실 외면한 안이한 태도”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 분야 고위 당국자들이 ‘북한이 조기에 붕괴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그동안 압박과 봉쇄 위주의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 조기 붕괴론’에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 내부고발 전문 사이트인 위키리크스가 지난 30일 공개한 미국 외교전문을 보면,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지난 7월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만나 “김정일(북한 국방위원장)이 2015년 이후까지 수명을 유지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북한이 갑작스레 붕괴할 경우 한·미 양국은 “한반도 통일을 향해 빠르게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도 외교부 2차관으로 있던 지난 2월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와의 오찬에서 “북한은 이미 경제적으로 붕괴하고 있고,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하면 2~3년 내에 정치적으로 붕괴할 것”이라며 “중국도 김정일 사후 북한 붕괴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으로 있던 지난 2월 캠벨 차관보에게 “화폐개혁 이후 북한 사회에서 강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고, 북한 내부 사정은 점차 불안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과 그로 인한 북한 체제의 조기 붕괴 가능성에 대한 이명박 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높은 기대는 그대로 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로 표현돼 왔다. 미국 국무부 한 외교관이 청와대 소식통을 인용해 작성한 전문에는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의 압력에 굴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필요하다면 임기를 마칠 때까지 남북관계를 동결 상태로 둘 준비가 돼있다”고 나온다. 북한 조기 붕괴론은 김일성 북한 주석 사망 뒤 1990년대 중·후반 김영삼 정부의 강경 일변도 대북정책을 관통했던 논리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금 정부도 가까운 미래에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대비계획만 수립하고, 점증하는 즉각적인 위협에 대해서는 충분히 대처하지 않는 안이한 태도를 취함으로써 마침내 연평도가 공격당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대북관이 미국의 ‘분할 통일’ 구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참여정부 청와대 통일안보전략비서관을 지낸 박선원 미 브루킹스연구소 초빙연구원은 30일 외교전문 공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0월 중순 워싱턴에서 만난 (미국) 고위관계자가 ‘김정일 정권이 곧 망할 텐데, 한국이 북한을 다 접수하면 중국이 싫어할 테니 (신의주나 나진·선봉 등 북한 땅 일부를) 좀 떼줘야 한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박 초빙연구원은 “신라가 삼국 통일한다며 고구려 절반 이상을 당나라에 떼준 게 떠오른다”며 “한국 관리들이 미국과 비밀대화에서 파란불을 켜줬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아, 도대체 이게 뭐냐!!”라고 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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