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포격으로 민가와 상가가 불타고 무너진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2일 오전 한 주민이 부서진 창틀을 고치고 있다. 군 당국은 연평도에서 포사격 훈련을 재개할 방침이어서 여전히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연평도/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100% 무력화 실패땐…상상초월 불안 현실로
연평도 포격 이후 ‘북한이 수도권에도 장사정포를 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북한 인민무력부 정찰총국의 한 간부가 북쪽이 이달 안으로 경기도를 목표로 한 새로운 포격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일본 <도쿄신문>이 2일 ‘북한 정보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군 당국도 3일 이런 가능성에 대비해 서부전선에 집중 배치된 북한의 장사정포 무력화 대책을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군이 휴전선 근처에 배치한 각종 포는 1만여문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수도권까지 포탄이 닿을 정도로 사거리가 긴 북한의 장사정포는 서부전선에 170㎜ 자주포 200여문, 최대 사거리가 60㎞인 240㎜ 방사포 200여문가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북한 장사정포는 경기 북부, 서울 전역, 과천·안양·시흥까지 공격할 수 있다.
군 당국은 북한 장사정포가 1시간 동안 최대 1만7000발을 수도권에 쏠 수 있고, 이 경우엔 시민과 군인 325만명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군 당국은 이 정도 대규모 피해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325만명 피해는 북한의 장사정포 공격 조짐을 한·미 양국이 전혀 파악하지 못해, 북한 장사정포가 1시간 동안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계속 공격을 한다는 두 가지 ‘비현실적’ 가정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군은 1990년대 초반부터 유사시 북한 장사정포를 무력화하는 ‘대화력전’ 대책을 준비해왔다. 군 관계자는 “좁은 섬인 연평도에 대한 공격과 달리 북한이 면적이 넓은 수도권에 장사정포 공격을 하려면, 휴전선 일대 모든 포대에서 한꺼번에 시작해야 한다”며 “장사정포 공격을 시작하려면 휴전선 근처 각 포대에서 공격을 준비하는 병력이 며칠 전부터 눈에 띄게 많아진다”고 말했다. 170㎜ 자주포 운용엔 12명, 240㎜ 방사포 운용엔 6명이 필요하므로, 북한이 400여문의 장사정포를 운용하려면, 포대 운용 병력만 3600여명이 필요하다. 이 정도 병력이 평소와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북한군 부대간 통신량이 급증하면 한·미의 군사위성이나 정찰기 등이 사전에 공격 조짐을 포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분명한 증거만 확보돼도, 북한 장사정포를 무력화시키는 ‘공세적 대화력전’이 시작된다. 동굴에 있는 북한군 장사정포 입구가 열리고 장사정포가 밖으로 나오면 한·미 전폭기와 포병(K-9 자주포, 다연장로켓 등)이 공격을 시작해 장사정포 동굴 진지를 붕괴시키도록 돼 있다.
북한군이 파괴되지 않은 장사정포로 수도권에 포격을 가해오면, 한·미의 대포병레이더가 장사정포 포대 위치를 찾아내 공격하는 ‘대응적 대화력전’을 벌이게 된다. 한·미는 평소 대화력전에 필요한 북한 장사정포 위치 정보를 수시로 수집한다. 이를 바탕으로 한·미 양국군은 어떤 방법으로 어떤 장사정포를 파괴할 것인지 미리 명령을 내려놓는 ‘통합임무 명령서’를 작성해 두고 있다.
군 당국은 연평도와 달리 수도권을 위협하는 북한 장사정포는 사전에 상당 부분 무력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한·미의 공세적 대화력전에도 살아남은 북한 장사정포들이 서울 시내에 포탄을 쏜다면, 서울 시민들이 느낄 충격과 공포, 경제에 미칠 악영향 등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일 수 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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