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태도 재면서 ‘군사행동-대화’ 저울질
“대응가치 안느껴…2·3차 타격” 이중적
‘한-미 분리’ 모양새…“남쪽 대응이 변수”
“대응가치 안느껴…2·3차 타격” 이중적
‘한-미 분리’ 모양새…“남쪽 대응이 변수”
연평도 포 사격훈련 종료 이후 북한의 대응이 주목받고 있다. 추가적 군사행동으로 한반도 위기지수를 끌어올릴 것인지, 대화 시도로 극적인 대반전을 꾀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일단 북쪽은 양쪽 가능성을 모두 열어둔 채 남쪽과 미국의 향방을 가늠하며 선택을 저울질하는 모양새다.
20일 훈련 뒤 나온 북한군 총사령부 ‘보도’부터 이중적이다. “(남쪽의) 군사적 도발에 일일이 대응할 일고의 가치도 느끼지 않았다”며 당장 대응타격에 나서진 않을 뜻을 비쳤다. 그러면서도 “우리 혁명무력의 2차, 3차의 강위력한 대응타격은 미국과 남조선 괴뢰 호전광들의 본거지를 청산하는 데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보복’ 가능성을 차단하지 않았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구분해 대응하려는 태도도 감지된다. 북쪽은 방북한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에게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사찰단 복귀 허용 카드를 꺼내 보였다. 북·미관계의 최대 현안인 핵문제를 두고 미국과 대화의 길을 터보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5박6일간의 방북일정을 마친 리처드슨 주지사는 21일 중국 베이징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공언했던 보복공격을 하지 않은 것은 향후 대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매우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반면에 남북관계와 관련해선, 남쪽의 ‘애기봉’ 등탑 점등을 두고 “북남 사이에 첨예한 긴장국면이 조성되고 있는 속에서 전면전쟁의 발화점으로 될 수 있다”(<로동신문> 20일치)며 새로운 무력충돌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북쪽의 양면적 전략 중 어떤 측면이 전면에 나설지는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래리 닉시 박사는 21일 ‘북한이 앞으로 몇개월 이내에 기습 도발을 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관측을 내놨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전했다. 북쪽이 후계구도 구축을 위한 체제결속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군사도발을 꾀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한동안은 북쪽이 남북관계에서도 다시 대화 공세를 병행하는 쪽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미국은 북·미 대화를 위해선 남북 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도 남북관계의 안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결국 이명박 정부의 대응이 북쪽의 선택을 좌우하는 제1의 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북한은 당분간 군사적 보복을 끊임없이 거론하면서도 동시에 대남 부서를 통한 유화국면 조성을 시도할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대화 기회를 잡느냐, 거부하느냐에 따라 북쪽도 유화의 지속이냐, 다시 도발을 통한 긴장 조성이냐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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