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 “북 수년간 약속어겨…말보다 행동을”
리처드슨 백악관 보고예정…상황바뀔지 주목
리처드슨 백악관 보고예정…상황바뀔지 주목
북한이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를 통해 핵사찰 용의를 밝힌 데 대해 미국은 공식적으로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 국무부는 별도의 성명이나 논평을 내지 않는 등 일종의 ‘무시 전략’을 쓰고 있다. 필립 크라울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20일(현지시각) 정례 브리핑을 시작하는 기조발언에서 코트디부아르·베네수엘라·레바논 사안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브라질 방문, 벨라루스의 선거폭력, 이스라엘에서의 미국인 사망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입장을 설명했지만, 북한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는 북한의 핵사찰 용의에 대한 질문을 받자, “긍정적 조처”라고 평가하면서도 “우리는 북한이 약속을 어긴 것을 지난 수년간 지켜봐 왔다. 북한의 말보다는 행동에 의해 미국의 (대북) 정책이 결정된다”고 밝혔다. 또 그는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방북을 받아들이려 한다면, 그 입장을 국제원자력기구에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의 이런 반응은 북한의 핵 포기 의사에 대한 강한 불신과 북한의 전략에 더는 말려들지 않겠다는 신호로 보인다. 또 한국 정부의 대북 강경 방침과도 궤를 맞추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리처드슨 주지사의 백악관 보고를 계기로 상황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방문을 마치고 21일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도착한 리처드슨 주지사는 “북한은 자신들이 협상에 부정적인 방향으로 너무 나갔고 매우 나쁜 행동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길 원하고 있었다”며 “국제원자력기구 핵 사찰단의 영변 핵시설 복귀, 핵연료봉의 해외 반출, 미사용 연료봉 1만2000개의 해외 판매를 약속하고 남북한과 미국 3국 간 분쟁지역 감시 군사위원회 설치, 남북 군사 핫라인 구축에도 동의했다”고 밝혔다.
워싱턴 베이징/권태호 박민희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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